공학 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존 쿠프레나스 & 매튜 프레더릭 지음, 김소진 옮김 / 글램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풋풋한 젊음 만으로도 빛날 것 같았던 나의 학창시절을 우울하게 했던 주범은 수학과 그의 친구들에게 있었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이해하리라고 아무리 착한 마음을 먹어도 이해되지 않았던 수학 문제들, 긍정적인 마음과 자기암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 뜻과 상관없이 이과를 선택하게 되면서 암울한 그림자는 점점 짙어졌다.
수학과 수학II, 물리와 화학 등은 나를 늘 눈물짓게 만들곤 했다.

 

[공학 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는 처음에 책의 크기를 보고 놀랐었다.
표지 이미지는 책의 1/3만 올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귀여운 핸드북이었다. 그럼에도 표지 디자인은 쿨하고 이지적인 공학의 분위기를 포스있게 풍기는데 정말 예쁘다.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공학의 원리를 간단한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는 말에 암울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혹시 나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왼쪽에는 그림이나 그래프가 도식적이고 단순화되어서 그려져있다.
흑백 모노톤의 정갈한 이미지들은 독자를 최대한 배려한 듯하고, 정보를 한눈에 집약시킨 솜씨는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른편에는 그림자료를 참고해서 이해할 수 있는 중심내용이 실려있다.
101가지의 이야기인만큼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도 있고,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내용도 있지만, 역시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무슨말인가 싶은 전문적인 소재들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범위들로 축소하거나 왜곡해서 받아들이곤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14편의 ‘언제나 완충재가 보호재로 적합한 것은 아니다’에서는 잘못된 유형의 완충제를 사용할 경우에 운송수단으로 인한 진동이 더욱 증폭되어 제품에 전달될 수 있다(본문 중에서)고 하는데 나는 택배박스 안에서 시달린 끝에 파손되어 도착하는 책들에서 느끼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떠올렸다.
21편의 ‘회전교차로는 교차로 중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다’는 새로운 사실로 다가왔다.
회전교차로를 지날 때는 뭔가 불안하고,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감각과 짐작을 발동시키곤 했는데 일반 교차로와 회전 교차로의 구체적인 비교요소들을 보면 나의 선입견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도와 정밀도의 개념차이, 내진설계의 기본, 벽의 4대 변천과정, 환경 공학자들을 위한 십계명 등도 재미있고, 이처럼 몇몇 내용들은 흥미롭고도 호기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73편의 임스의 합판의자에서는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수많은 연구와 노력, 끝없는 반복 끝에 나온 결과물은 너무나 단순해서 놀랍기도 했지만 바로 그 작품이 우승을 했던 일화는 일과 작품을 대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서도 말해주는 듯 했다.
98편의 ‘한가지 일을 하는 동안, 한 가지 보다 더 많은 일을 하라’에서도 엔지니어가 자신의 분야에 몰두할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놓쳐서도 안된다(본문 중)는 설명과 함께 생태 통로 밑에 박쥐를 위한 선반 형태 구조를 제공하는 등 목표만을 향한 전문가적이고 협소한 시각이 아니라 총체적이고도 포괄적인 배려의 시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이 책은 공학의 전문적이고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원칙들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자연에 대한 존중과 고려, 결론적으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포괄적인 생각의 주제들을 만나게 되며 공학 전반의 철학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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