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헤세는 나에게 경이로운 새로운 세계를 처음으로 열어준 작가였다.

구름의 시인 헤세를 생각하며 늘 하늘을 보고 다녔고,

처음으로 구입했던 삼중당 문고판 데미안은

긴 시간을 통과해서 지금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애정의 표시로 제목에는 샐로판 테이프를 붙혀서 어떻게든 보존하고자 했던

나 자신의 행동에 미소짓게 된다.

 '한밤중을 지난 한 시간'에 나오는 쇼팽의 야상곡은 내게 특별한 작품이 되었고,

없는 재능으로 헤세의 연필화를 그려서 코팅을 해놓고 안심했던  그 순간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옮긴이의 글에 실린 다음의 문장은 이 책과 헤세에게 느끼는 감정을

너무나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시 읽을 때마다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거듭 한숨을 내쉬고,

마지막에는 죽는 순간까지 노동을 멈추지 않은 이 정직한 노동자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다고 느꼈다."

바로 이런 느낌으로 한숨을 쉬게 만든다.

 

제 1장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서평, 1,5장에서는 작가들에 대한 기억

제 2장에서는 동양의 책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내내 특별한 경험이었다.

'맙소사, 카프카의 성에 대한 헤세의 서평을 읽다니...'같은 혼잣말을 계속 중얼대며 읽어나갔다.

어떤 낱말이나 문장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헤세가

작품들에 대한 찬사와 경탄, 자상하고도 풍부한 해석,

허와 실을 구분하는 꿰뚫어 보는 통찰력, 겸손한 자세, 존경,

적절한 자리매김과 격려등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내내 감동하게 된다.

책의 형태, 손과 눈에 편안함에 대한 감사, 출판사에 대한  배려와 칭찬에서도

그의 세심함과 애정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특별히 좋았던 부분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와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의 서평이었다.

오래전 그때는 또 도스토옙스키를 그저 닥치는대로 읽어내던 시간이었는데,

헤세의 평을 토대로 그 작품들이 다시 빛을 찾게되고, 나로서는 처음으로 분별하게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역시 천재였구나...동의하면서..!

 

데카메론도 읽어야 겠다.

내가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이, 그리고 헤세의 안내를 받은 후

 다시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이 새롭게 구성된다.

이런책은 읽지도 못했다니...읽었는데 생각이 안나다니...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감사한 시간, 가슴 설레이는 시간을 보낸다.

 

너무 멜랑콜리한 이야기일까...

헤세가 지금 없다는 것이 직접적인 상실처럼 슬프다는 것은!

 

그래도 묵직한 한권의 책으로 헤세의 생생한 언어, 숨결, 그 생각을

지금 내 손으로 펼쳐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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