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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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서문만 봐도 그렁그렁 눈물이 차게 되는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는 마음을 다잡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너무 마음아프지 않을까 약간은 회피하고 싶기도 한  비겁한 마음을 누르고
독서실에 박혀서 한 자리에서 한글자도 대충 읽지 않으려
노력하며 4시간을 읽었다.
다 읽고 난 감상은 저자에게 그리고 그분의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 뿐이다.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자는 우리가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 만큼
더 많이 그리고 더 유별나게 노화와 죽음의 시간을 체험하게 될것이라고 전제한다.
또한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성찰하고 더 많이 친숙해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에 대해서, 특히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 평소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이 이토록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엄격하고 권위적이고 크기만 했던 우리 아버지도 칠순이 넘으면서
애처롭게 보일때도 있고, 약해보일때도 많아지면서
늘 짠한 마음이다.
엄마와는 늘 통화하고 많은 소통을 일상적으로 해왔지만
그렇지 못한 아버지에게 더 죄송하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얻은 뚜렷한 한가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으로 모시지는 말자는 것이다.
으례히 하나의 통화의례로서 여기지던 요양병원에서
평생의 거처로부터 분리되어 지내게되는 분들의 아픔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 삶으로부터 분리되어 낯선 병원의 침대 위에서가 아니라,
가능한 한 자기가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서, 익숙한 자신의 방에서,
익숙한 냄새와 분위기 속에서 죽는 게 가장 좋다."(본문 중에서)

아버지가 아프시고 돌아가시기까지의 1254일간의 생생한 기록과 함께
아버지의 삶도 기억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들, 미야자와 겐지, 톨스토이, 쇼펜하우어, 폴 발레리, 루크레티우스 등의
죽음에 대한 의식들도 언급된다.
어려울때 받게 되는 작은 친절의 위안, 입주 간병인과의 갈등과 또한 감사,
인간 자체를 보기 보다는 시스템으로서 기능하는 병원, 장기요양보험 제도 개선의 절실한 필요 등...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으며 나를 열광하게 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가 떠올랐다.
저자가 느끼는 낯선 기분들은 말테의 그것과 정말이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있는 사유가 내게도
따뜻한 위안이 된다.
마지막에 세상의 모든 간병인들에게 이 책을 바치는 헌사도 뭉클하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런 책을 써준 저자에게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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