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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항을 읽다 - 떠남의 공간에 대한 특별한 시선
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 이경남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호주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된 후로
부모님은 1~2년에 한번씩은 비행기를 타고 아들을 보러 떠나셨다.
그리고 그 날을 위해서 1~2년을 사신다.
부득이 한국을 떠나지 못하신 해는 명절처럼 연휴가 있을때면 두분은 손을 잡고 인천공항을 가신다.
맘에 드는 식당에서 식사도 하시고, 커피도 마시고,
하루 종일 공항을 돌아다니고 출국장 마지막 갈 수 있는 한계까지
가시고는 다시 손잡고 돌아오신다.
'대체 뭘 그렇게 까지...'라고 생각하며 번거롭고 힘들것 같아
만류하지만 어느덧 공항은 두분에게 특별한 곳이다.
['떠남의 공간에 대한 특별한 시선' 인문학, 공항을 읽다]는 공항에 대한 저자의 탐색이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공항 읽기는 기다리는 시간이 후딱 지나가게 만들 정도로 속도를 올리고, 공항 뉴스 채널에 나오는 것들을 빠지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에게 관심을 빼앗기지 않을 만큼 몰두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공항 읽기가 정서적으로 너무 몰두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본문 중)-
공항 읽기를 이야기하는 1장을 보면서 공항에 있는 서점, 읽을거리의 선택과 독자의 경험도 돌아보게 한다.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2001년 한 공항에서 파트타임으로
"교차 사용 요원"직함으로 근무했었다는 것이다.
이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항공문화의 여러 측면에 접근하고 있다.
샅샅이 분석하여 통찰력을 높혔다는 것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911사건과 그로 인한 공항의 변화들, 작품이나 문헌등에 보여지는 911의 변주 등도 눈길을 끈다.
'공항에서 오후를 쉬고 싶어'라는 제목의 6장은 공공미술, 공항 음악의 특징, 그리고 눈길을 끄는 '공항 투어'에 대해서 언급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공항에서 24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아들과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공항에서 하루를 보내는 우리 부모님이 연상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 공항 투어는 런던의 히드로 공항이 알랭 드 보통을 고용하여 [공항에서 일주일을]을 쓰도록 의뢰하였다. 흥미롭고도 멋진 발상인것 같다.
문학작품, 노래가사, 영화, 철학 등 공항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탐색해보고
저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볼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이 시는 한국의 시인 고은을 UC데이비스로 초빙한 스나이더를 그린다.'라는 글귀에서는
특별한 반가움을 느낄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종이의 질과 향을 가진 책이어서
읽는 내내 또다른 행복을 누렸다.
늘 설레이며 두근거리게 하는 공항
드르륵 가방을 끌고 활기차게 걸어나가는 모습,
목베개를 하고 다니는 풍경...
행복을 선사하는 공항의 단면을
또다른 각도로 맘껏 체험한 듯 하여 뿌듯한 시간이었다.
책읽는귀족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