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발견 시리지중 2번째 이야기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은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많이 읽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둘째딸 초등학교의 책 읽어주는 아침독서회(책무지개라고 내가 이름지은)에 신청해서 도서관에 비치시킨 책이다.
기대했던 만큼 내용과 구성 모두 의미있었다.
지난해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은수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는 대전에서 남해로 이사를 가면서 첫 장면이 시작된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친구들을 뒤로하고 아빠의 결정때문에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로 떠나는 것이다. 아빠는 죽방렴으로 멸치잡이를 하시겠다고 회사를 그만두셨다.
내내 툴툴거리는 은수를 보면서 우리 딸들이 떠올랐다. 서울 서초구에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아빠의 직장이 있는 서산에서 한시간 더가는 '리'로 이사를 왔었다. 아이들은 5학년 3학년이었는데 물론 어이없어했다. '내가 서산에 가기 싫은 이유 10가지'를 써서 보여주며 데모를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은수가 남해바다와 죽방렴을 보고 놀랐듯이 우리는 베란다를 통해 펼쳐지는 코앞의 갯벌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이게 무슨일인가...!'하며..
한 학년에 한반, 그것도 10명도 안되는 아이들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 지내야 하는 시골학교를 은수는 시시하게 생각하고, 시골 친구들과 친구가 되고 싶지도 않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서울의 학교와 건건이 비교하는 게 일상이었다.
은수는 아빠와 할머니 마을 분들이 힘을 합쳐 죽방렴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을 보게 되고 우연히 낡은 공책을 발견한다. 일본어가 가득한 공책의 내용을 대전의 친구언니 도움으로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할머니의 어린시절이, 또 그시절의 친구가 되고 싶었던 일기의 주인도 알게된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롭게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세밀하고 생생하게 그려져있고, 주인공인 은수의 마음이 자라나는 모습도 잘 공감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수탈이 자행되던 어려웠던 선조들의 나날을 잊지않고 기억하는 기회도 된다.
남해안의 아름다운 풍광, 사진같은 죽방렴의 그림 등도 볼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 [세계에서 유일한 원시어업 죽방렴 이야기]에는 죽방렴이 뭐예요?/죽방렴의 구조/죽방렴에서 잡히는 물고기들/죽방렴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요?/왜 지족해협에 죽방렴이 발달했을까요?/재미있는 죽방 멸치 이야기가 실려있어서 훌륭한 자료집이 된다.
선조들의 지혜에 절로 존경의 마음이 든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다르니라.
그물로 걷어 잡은 게 아니라서, 비늘 한 점 떨어지지 않아 모양이 좋고, 신선해서 맛도 좋고, 그만큼 영양도 풍부하지.
* 죽방렴-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로 만든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