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곰과 작은 곰이 낚시하러 가요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8
에이미 헤스트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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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큰 곰과 작은 곰이 낚시하러 가요(강무홍 옮김, 주니어RHK, 2025, 48쪽 분량)는 에이미 헤스트()와 에린 E. 스테드(그림)가 함께 펴낸 작품으로 고전 그림책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앞표지에 두 마리 곰이 서로 마주보며 서 있다. 오른쪽 어깨에 낚싯대를 얹은 자세로 노란 웃옷, 파란 바지, 검은 장화로 복장을 맞췄다. 덩치가 큰 곰은 아빠고 작은 곰은 아들인 거라고 짐작하며 책을 펼친다. 갈색, 그러니까 곰 색 면지에는 마주보는 동일한 실루엣이 하얗게 자국을 남겼다. 그들의 낚시는 어느 날갑자기 결정된다. “지금 낚시하러 가면 딱 좋겠는걸.”하는 큰곰의 말에 , 딱 좋을 것 같아.”라는 작은 곰의 대답이다. 보통은 이렇지 않다. 딱 좋기는, 미리미리 얘기를 해줬어야지. 선약이 있잖아, 할 일도 많아, 라는 답이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그림책 속 무해한 곰들은 낚시용 복장을 척척 입는다. 벌써 준비 끝.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빠뜨린 게 있었다. 가장 중요한 낚싯대부터 블루베리 스콘, 이야기책까지 챙겨 넣는다. 보통은 이렇지 않다. 특히 스콘. 목적이 낚시면 낚시에 집중해야지 따끈따끈 맛있는 블루베리 스콘을 위해 냉동칸에서 꺼내 녹이는 정도가 아니라 블루베리 따기부터 오븐에 굽기까지의 과정을 거친다는 건 동화적이다.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그르치거나, 상당히 지연시키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둘은 이견이 없다. 이야기책까지 담고 나서 드르륵드르륵수레를 끌고 간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더 큰 물고기를 잡을 가능성을 위해서 이동시간을 아껴 쌩쌩 달릴 법도 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조급한 기색이 없다. “낚시꾼은 기다릴 줄 알지.”라고 속삭이고는 흐르는 시간을 스콘을 먹으며, 이야기책을 읽으며 물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린다. 호수에 비치는 빛을 바라보고, 물결 일으키며 다가온 물고기를, 사라져가는 물고기를 다시 바라본다. 스스로를 낚시꾼이라고 여기는 큰 곰과 작은곰은 제대로 복장을 갖추고, 준비에 정성을 들였으며, 원칙을 지키는 전문가들이다. 기다리기, 조용히 말하기. 최선을 다했기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아쉽지 않다. 오늘 낚시 끝.

 

성과는 없었지만 좋은 하루였다. 성과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다리는 시간은 함께 선택한 일들로 채워졌고 기다림 자체는 빛이 일렁이듯 충만했다. 함께 보낸 하루가 큰곰과 작은 곰은 물론 동행했던 벌과 물고기에게까지 완벽해진다. 이 그림책은 시간을 보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알려준다. ‘빨리빨리지금 이럴 때인가는 계속해서 우리 귓전에서 호루라기 소리를 낸다. 경고하는 알람은 언제부터인가 내면에 이식되어 조급증과 불안 지수를 높인다. 에이미 헤스트의 글은 반복과 리듬으로 일상의 속도를 늦춘다. 에린 E. 스테드의 그림은 물에 흠뻑 적신 붓으로 말간 색을 입힌다. 필선이 드러나고 여백은 넉넉하다. ‘루틴 철저는 때로 우리를 속인다. 그러나 의미로 채워지는 카이로스의 시간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어떤 시간을 살고 싶은지 책은 질문한다. 아이에게, 또 어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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