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그림 - 한국 전통회화 들여다보기
이소영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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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이소영의 『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그림-한국 전통회화 들여다보기(미술문화, 2025, 280쪽 분량)』는 우리 옛 그림과 생활용품의 멋과 운치를 한 권으로 소개한다. 이미 탁월했으나 감상자의 시선이 미치기 어려운 먼 곳에 있던 작품, 보았어도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작품의 먼지를 털어내고 조명을 비추어준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최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직접 관람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해도 감사한 일이다. 책으로 먼저 보고 찾아 나서도 될 테고 분명 자신도 모르게 원작 앞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언제쯤이 될까 가늠하면서.


서문에서 저자는 취향대로 작품을 선택하고 소재의 상징성과 의미 정도만 간략하게 썼음을 밝힌다. 나머지는 감상자의 몫으로 남겼다는 집필 방향이 독자의 적극적 읽기를 격려하는 듯하다. 총 5부로 먼저 옛그림 속에서 동물과 식물을 재발견한다. 맨드라미와 수탉처럼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같이 그리는 이유가 소재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라니 그림 안에 소망이 숨 쉬고 있다. 첫 작품은 신사임당의 8폭 병풍 <초충도> 중 <오이와 개구리>다. 다정하고 차분한 느낌이 여성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신사임당의 포도와 산수는 대가 안견에 견줄 만큼 절묘하다 평”(P.15)고 했던 기록은 그림을 다시 보게 한다.


2부는 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역시 식물에도 소망을 담은 의미가 빼곡하다. 박병수의 12폭 병풍 <낙화화조도>를 볼 때 왜 이렇게 흐릿한가 싶다가 곧 인두화(또는 낙화)의 세계를 어렴풋이 가늠한다. 구김을 펴는 도구인 인두로 종이, 나무, 가죽 등을 지져서 그렸는데 이 정도로 섬세하다니 감탄이 나온다. 다리미질하던 옷도 태워 먹는 사람으로서 예술의 지경, 소망의 간곡함은 놀라움을 자아내고, 알고 나니 작품은 달리 보인다. 3부는 옛그림 하면 익숙하게 떠올리던 산수화다. 그러나 익숙이란 몽매에 가까운 정신의 익숙이었나, 작은 정보에 페이지 넘기던 손을 멈춘다. 조영석에 의하면 정선은 내금강과 외금강을 드나들면서 산수의 형세를 파악하였는데 그가 쓴 붓을 묻으면 무덤을 이룰 정도였다(p.125)고 하니 천재가 노력까지 하니 걸작을 남기는 건 당연한 것 같다. <금강전도>는 ‘장안사부터 비로봉까지 샅샅이 탐승한 것들을 한 화면에 부감한 듯 재구성한 것'(p.125)이라고 한다. 많은 화가에게 사랑받았던 소재인 임포가 등장하는 서옥도는 전기의 <매화초옥도>가 아닌 김수철의 <겨울 산수>가 담겼다.


4부의 생활용품 편에서는 보기만 해도 뿌듯한 ’책가도 병풍‘ 두 점이 실렸다. 옛사람의 현세구복 염원이 담겨있다는 책가도는 현대에 와서도 다채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5부, ’옛 사람의 멋‘은 다양한 사람의 얼굴과 차림새를 볼 수 있다. 수를 헤아리며 작품을 소개한 책의 마지막인 60번째 그림은 ’군중으로 이루어진 글자‘, 이응노의 <반전평화>다. “이응노의 읽히지 않는 글씨를 프랑스에서는 ’기호‘라 하고 우리는 ’문자추상‘이라 명명했다.”(p.271)고 하는데, 문자추상은 붓으로 찍어내는 절규인양 소리없는 아우성을 멈추지 않는다. 어렵기 때문에 기원하는 마음이 더 뜨거워질 것이다. 예술로 떠나는 시간 여행은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빠르고 분주한 4차 산업시대로 초청함으로 치열한 일상에 쉼과 여백을, 그리고 자성을 드리우게 만든다.


저자는 한 작품을 두 번 응시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돋보기를 댄 듯 가까이 확대하여 먼저 보고, 멀리서 전체를 조망하듯 다시 보는 방식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박래현의 <달밤>도 흑색과 백색, 황색의 농담을 조절하여 표현한 두 마리 부엉이에 우선 초점을 맞춘다. 부엉이에 시선을 빼앗기고 다음 페이지를 열면 온전한 작품이 간직하고 있는 시공간이 드러난다. 배경으로 받쳐주는 큰 달과 세련된 색의 조화가 눈에 띈다. 좌우는 여백과 밀집이 균형을 이루고 부엉이의 노란 눈에서 두 번째 달을, 다시 세 번째 달을 발견하게 된다. 책은 요약한 단상을 상단에 배치하고, 이어지는 본문에 작가 설명과 함께 당시 화단의 특징을 알려주기도 한다. 옛 그림에서 사용하던 기법과 용어를 안내하고 상징의 의미를 해석해 줌으로 막연한 감상에 구체적인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예술작품 감상에 기술적인 이해, 지식적인 접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저자도 감상자 몫의 여백을 넉넉히 남기고 있으나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설명은 우리 옛그림의 지평을 확대하는 디딤돌로 작용한다. 후기에서 저자는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생활속에서 전통을 누리기를 소망한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여운을 남긴다. <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그림>이라는 제목이 적확하다. 오래 볼수록 순수한 아름다움이 베어 나온다. 천천히 볼수록 투영된 작가의 삶과 시대가 말을 건다. 필요하고도 소장 가치 충분한 책으로 추천한다.


책 속에서>

이렇듯 우리 그림에는 작품의 작은 요소에도 큰 서사가 담겨 있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옛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더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수성노인의 장수와 박쥐의 오복은 당시 사람들의 여러 소망을 망라한 것이다.(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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