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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
임수진(밤호수)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5년 1월
평점 :
에세이 전성시대다. 때론 모두 다 에세이를 쓰고 있는 듯하다. 나라도 쓰지 말아야겠다고 불필요한 결심을 하였으나, 어느 순간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무언가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비집으면 또 틈을 내어주는 이 편한 세상은 소설도 시도 아니다, 일기와 에세이 사이에서 타인의 시선을 모른척했다가 초대했다가 제발 보시게 라고 강권하는 등 그때그때 널을 뛰어왔다. 널뛰기가 꽤 오래다 보니 결국 계속할 거라면 제대로 뛰어보고 싶어진다. 임수진(밤호수)의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엑스북스, 2025, 240쪽 분량)』은 당신도 쓸 수 있소 에세이, 그것도 잘 쓸 수 있소 에세이, 라고 용기를 주는 다정한 초대장이다.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라는 부제가 처음에는 헉, 하며 손사래를 치게 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고 책이 끝나갈 때가 되면 ‘좋아, 진짜 내 이야기로!’라며 마음 한 켠 불씨가 담기고, 손에 힘도 들어간다. 흔쾌히 손을 맞잡아줄 그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책은 온라인 에세이 쓰기 수업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을 진행했던 4년간의 경험과 그 이전 국어 교사로서의 시간, 그 이전부터 한결같이 이어져온 읽고 쓰던 기쁨을 생생하게 전한다. 먼저 왜 에세이인가, 하는 물음이 선행된다. 늘 하던 내 안의 질문이 즐비하다. 대작가가 아닌 바에야 또 하나의 글을 내놓는게 무슨 의미인가(p.21)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시간이 스친다. 종이 더미만 더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라고 자가 진단하던 시간 말이다. 하지만 에세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넘어가면 ‘공감’이 나온다. 에세이스트는 건강한 나르시시스트이지만 ‘공감’의 코드 때문에 진짜 나르시시스트는 될 수 없다(p.44)는데 동의하게 된다. “에세이라는 게 결국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이 교감하는 지점에서 폭발하는 카타르시스의 문학”(p.45)이라고 분명히 한다.
2부는 에세이 쓰기 실전 방법론이다.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 현재, 미래의 나는 모두 글감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시간이라는 장치가 정제의 과정을 거치게 하는 과거의 나, 생생한 표현이 가능한 현재의 나, 소망과 꿈을 설계할 수 있는 미래의 나는 얼마든지 꺼내어 쓸 수 있는 훌륭한 글감이다. 2장은 핀셋 가이드라 모두 밑줄이다. ‘초보 에세이스트들의 흔한 습관들’에서 독자는 자신의 글쓰기 습관과 견주어보며 그래서 어려웠던 거다, 그래서 문제였던 거다, 알아차리며 원인과 해법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불친절한 전개’에 색깔을 덧입힌다. 빨간 줄이다. 늘 마음이 급해서 혼자 저만치 가버리는 악순환을 제할 때가 되었다. ‘공감’에서 “작가가 들이미는 ‘진짜 자기 이야기’의 힘은 그 무엇도 이길 수가 없다. 이러한 공감의 힘은 바로 솔직함과 진실함에서 나온다.”(p.81)는 지적은 가장 중요한 지침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에서 해법과 안내는 계속된다. 에세이는 하나의 정서나 감정으로 남을 것이고 그것은 곧 형용사라는 저자의 말에 미운털을 박아놓고 홀대해온 형용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4부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에서는 ‘목차’를 써서 방향을 잡고 글을 써나가게 된다. 리스트를 작성하고 키워드를 도출하는 일이 어렴풋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작성하는 자와 하지 않는 자는 다른 결과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본 부분은 3장, ‘이미 써 놓은 글을 콘텐츠로 만들기’다. 당신은 어떤 책을 내고 싶은가 묻는다면 나는 숨도 쉬지 않고 “서평집”이다. 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게 어느덧 4년쯤 된다. 목차도 대강 꾸렸다. 그런데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은근히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간절하지 않은 걸까? 내긴 낼 거야, 이것부터 하고! 수백 번 되풀이한 나의 변이다. 책을 읽는 한 서평을 쓰게 된다. 눈앞에 버티고 있는 써야 할 서평이 이 평을 포함해서 지금도 두 편이다. 어떻게 쓸지 고민중인 서평이 계속 목전에 있기에 일단 해결해야 할 서평부터 쓰느라 서평집은 진행하지 못하는 이 아이러니, 바보스러움, 제자리걸음 때문에 오늘도 뒷목을 잡는다. 나는 이 상황을 네 컷 만화로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은 <정신차리시 개!>가 적당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희망한다.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연습하기 코너를 적소에 배치하여 배운 내용을 실제 적용하도록 돕는다. 모셔두기보다 닳도록 펴볼 강력한 안내서 역할을 할 것이다. 책의 후반에 나오는 편집회의 이야기는 독자를 들뜨게 한다. 저 회의에만 들어가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분위기를 상상한다. “글을 쓰는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선생이 아니라 독자다.”(p.225)라는 문장이 뭉클하다. 기꺼이 읽어주고 지지하며 함께 시간을 통과하는 동지가 있다는 건 감사하고 귀한 일이다. 명 에세이집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읽고 있는데 웬일로 이번에는 작은 책을 읽느냐는 남편의 말에 ‘이 책 작은 책이 아니’라고 나도 모르게 힘을 준다. 쓰는 마음, 소통하고 공감하며 비로소 내 안의 나를 고스란히 허용하는 기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필자처럼 기록을 신성시하나 동력 부족으로 시도와 매듭을 거듭 지체하는 이들에게, 치장을 떼어낸 채 불굴의 펜을 들고 가장 투명한 자신을 기록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정교한 나침반이, 때론 따뜻한 동무가 되어줄 책이다.

책 속에서>
모든 이야기는 기록하는 순간 의미가 생기고, 기록되는 순간 영원성을 지닌다. ‘역사’가 된다.(p.8)
(전략) 말하자면 에세이는 있는 그대로의 내 공간을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공간으로 다듬어 가는 과정이자, 거칠고 투박한 돌덩어리를 각자에게 어울리는 보석으로 세공해 가는 과정이다.(p.24)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한 공감을 줄 수 있는 글과 아닌 글의 차이는 딱 한 가지다. 진짜 내 이야기의 진실함이 들어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드라마와 기가 막힌 영화 이야기를 예시로 들어 글을 전개하더라도 작가가 들이미는 ‘진짜 자기 이야기’의 힘은 그 무엇도 이길 수가 없다. 이러한 공감의 힘은 바로 솔직함과 진실함에서 나온다.(p.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