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셰프들 -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요리 이야기
크리스티앙 르구비.엠마뉴엘 들라콩테 지음, 파니 브리앙 그림, 박지민 옮김 / 동글디자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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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서평단 활동을 막 시작하던 2014, 그러니까 벌써 10년 전이다. 우리 가족은 2년 예상으로 이곳에 왔고, 일생일대의 지방생활을 시작하며 회사로부터 텃밭도 신청해서 당첨되었다. 텃밭이라, 상추와 배추를 조금 심었음에도 우리가 농사를 짓는구나 마음만은 이미 농부였다. 그때 자연을 배우는 만화 텃밭 백과를 읽고 서평을 쓴 후, 눈에 띄는 곳에 책을 세워두고 오고 갈때마다 어루만졌다. 텃밭 대전을 치르던 우리에게 이 책은 금도끼이자 은도끼였고(서평에 이렇게 써있네), 돌아보면 애잔한 추억템이 되었다. 위대한 셰프들이 그런 계보를 이어 기분이 하강할 때면 몰래 꺼내먹는 다크 초콜릿 역할을 하리라 본다. 물론 지금 셰프의 길에 들어서려는 것도 아니고 요리와 미식에 관심도 약하지만 위대한 셰프들은 미식기행 간판을 건 인생 여행 요약본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셰프들(파니 브리앙 그림, 박지민 옮김, 동글디자인, 2024, 224면 분량)은 프랑스의 미슐렝 스타 셰프들의 요리와 그 안에 담긴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미식 탐방기다. 미식 평론가를 꿈꾸었던 할아버지는 손자 기욤에게 미식 평론가 인턴을 해볼 것을 권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 시간에 쫓기고 불분명한 꿈에 초조한 평범한 청년이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며 변화해가는 현장은 정감 가득하고 때론 화사하다. “요리사는 그저 요리만 무척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각자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있지. 사상이자 미학이라고 할 수 있지. 미식 평론가는 마치 번역가처럼 그걸 드러나게 하는 거야! 요리는 단순히 맛있거나 맛없는걸 만드는 게 아니란다!“(p.9)라는 할아버지의 조언을 지침 삼아 기욤의 탐방은 시작된다. 그는 5개 지역에서 8명의 위대한 셰프들을 만나 약 30가지의 요리를 맛보며 미식의 진가를 깨우치고 그때마다 조금씩 성장한다. 요리사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은 작가 또는 예술가의 의도를 읽어내기 원하는 모든 감상자의 행위와도 연결된다.

 

셰프들이 안내하는 요리의 현장은 고유한 가치와 개성을 구현하는 화학자의 실험실, 자연의 보고이며 마법의 공간이다. 화려한 고난도의 요리를 설명하면서도 내일 죽는다면 메뉴에는 없는 할머니의 레시피 요리를 먹겠다고 한다. 늘 아이디어를 채집하며 맛 조합의 팔레트를 넓혀가고 레시피를 찾아내는 성실함은 기본이다. “난 쓴맛을 당신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아의 맛이라고 불러. 첫 한입을 베어 물면 다시 먹고 싶어지지만, 왜인지는 모르는 거야.”(p.136) 라는 설명, 미식은 자기다움, 명철함, 끈기가 필요한 인생 수업(p.168)이라고 말은 공감을 부른다.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다채롭고 힘있게 변하는 기욤의 평론도 주목하게 되고 음악과 미술, 발레까지 비유와 인용도 찾아보게 만든다. 숨어있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은 또 하나의 매력이다. 독자는 화자인 기욤을 통해 오감을 일깨우게 된다. 텍스트 중심 또는 텍스트와 사진, 텍스트와 삽화 등 가능한 여러 구성 중에서 만화 형식을 취한 건 빼어난 선택이다. 시각적으로 풍성하게 구현되는 조리현장과 재료부터 세팅까지의 과정, 핵심인 평가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상상을 만족시킨다. 시간의 모든 결을 간직하기 원하고 함께 하는 이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예술의 여러 갈래 중에서 요리를 만났을 때, 삶은 선물이 된다. 이 여행 나도 가고 싶다.




(서평단_출판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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