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세계사 - 생명의 탄생부터 세계대전까지, 인류가 걸어온 모든 역사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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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펜은 이 순간에도 세계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장의 소제목을 파국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우려의 정도는 별 다섯, 극심으로 기울 것이다. 이번에도 다음 장, 다음 페이지로 무사히 바통을 넘길 수 있기를 바라며 역사로부터 배우기 위해 잠시 뒤돌아본다. 인류의 세계사(육혜원 옮김, 이화북스, 2024, 392쪽 분량)는 하버트 조지 웰스가 집필한 역사서로 아인슈타인의 추천을 받은 저작이다. 하버트 조지 웰스는 올더스 헉슬리의 조부인 생물학자 토마스 헉슬리를 만나며 과학에 관심을 가진 이후 정치, 문학 등으로 초점을 넓혀간 소설가이자 사회학자, 문명비평가이다. 또한 SF 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며 베르나르 베르베르, 조지 오웰 등의 작가들 뿐 아니라 모든 시대의 독자를 일깨운다. 작품으로 타임머신, 투명인간, 우주전쟁등 유명 작품을 비롯해 맨해튼 계획”(p.6)의 아이디어를 발견케 한 해방된 세계가 있다. 역사학자가 아닌 문학가가 쓴 인류의 세계사는 망각의 강을 거슬러 제대로 보는 눈을 지니자고 권한다.

 

인류의 세계사(A short history of the world)"대중을 상대로 한 최초의 한 권짜리 역사 책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웰스의 통찰력으로 초판 출간 당시 나치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었다고 한다.(p.7) 많은 세계사 책의 첫 장을 문명의 탄생이 차지하는 것과 달리 저자는 생명의 탄생부터 열어간다. 뒤를 잇는 인류의 기원에서는 원시인들의 사고방식이 어떠했을지 추론하며 체계적 사고는 비교적 늦게 발달한 능력이며 지금도 진정으로 자기 생각을 통제하고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삶의 대부분을 이끄는 것은 상상과 열정“(p.48)이라고 밝힌다. 이 상상과 열정이 지혜와 철학을 꽃피울 때 인류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사상의 역사“(p.83)라는 시각처럼 사상과 삶이 밀착함으로 발전해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상상과 열정은 나의 지경을 공격적으로 넓혀가는 창과 칼의 싸움을 본격화하고, 승패의 자리바꿈은 끝을 알 수 없게 된다.

 

마지막 10,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에서 저자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 회담인 베르사유 조약을 언급하면서 진정한 정치적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약 20년 뒤에 더 큰 규모의 전쟁이 일어나리라 예측하는데 불행히도 실현되고 만다. 또한 자원 개발을 위해 지구 차원의 종합적인 통제 체계가 필요하고 전염성 질환과 인구 증가 및 이동 역시 전 세계 차원에서 다루어야”(p.369)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 모두의 진정한 국적은 인류’”(p.370)라고 강조한다. 예언자와도 같은 저자에게 현재였던 그 시간이 먼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돌이키면 좋을 순간들이 이후로 켜켜이 쌓였다. 극단적 이기심은 첨예한 갈등을 불렀고 자연 파괴와 재발하는 전쟁이 공멸의 위기로 밀어붙이고 있다.

 

인류의 세계사(A short history of the world)는 원제와 같이 역사의 주요 장면을 간략히 다루지만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주제별로 기술한 역사서가 아니라 시간순 구성이고 객관적 사실과 저자의 견해가 균형을 이루어 독자의 관점도 세워갈 수 있다. 또한 사실 나열 위주가 아닌 스토리텔링식 서술이어서 흥미롭고, 가독성 있는 개론서이자 입문서로 추천할 만하다. 장점을 덧붙이자면 지도와 도판자료, 사진 등이 풍부해서 각주를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이해를 돕는 덧붙인 글도 부가자료로 정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위트 있게 인간의 속내를 포착하는 문장이 인상 깊다. 저자는 인류가 이제 겨우 청소년기에 도달했다고 보았다. 인류의 역사는 마음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 목적도 의미도 업는 싸움을 종식시켜줄 평화를 행해 가고 있으며 이 훌륭한 과업이 반드시 완수될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낸다. 믿음이라기보다는 간곡한 부탁이자 기원에 가까운 말에 우리는 응답할 수 있을까. 현자가 보내는 과거의 편지 같은 책으로 청소년과 성인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속에서>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늘어갔지만, 지적인 성찰은 더뎠다. 인류의 정신은 결국 20세기 초에 일어난 거대한 참사들이 벌어진 뒤에야 각성하였다. 16세기 이후 지난 4세기 동안의 인류 역사는 위험과 기회에 의식적으로 깨어있는 사람의 역사라기보다는 감옥에 갇혀 잠들어있는 역사에 가깝다. 잠든 인류를 가두어두는 동시에 보호해주기도 했던 감옥에 불이 났지만, 인류는 어색하고 불편한 듯 뒤척이기만 할 뿐이었다. 불의 열기와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말이다.(p.270)

 

하지만 우리 모두의 진정한 국적은 인류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세대가 전쟁과 폐허, 불안과 곤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또 언제쯤 그러한 불행에서 벗어나 위대한 평화의 새벽에 이르게 될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분명히 바로 그러한 평화, 곧 마음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 목적도 의미도 없는 싸움을 종식시켜줄 평화를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이 훌륭한 과업은 반드시 완수될 것이다.(p.370)

 

(서평단_출판사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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