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를 위한 논어 -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지혜의 말 100가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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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읽어야겠다는 결심은 없었다. 도서관 하반기 인문학 강연으로 ‘논어와 친구하기’라는 함께 읽기 프로그램이 열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게다가 이권우 교수님께서 매주 일산에서 이 먼 곳까지 와주시는데 코앞에 있으면서 듣지 않는다는 게 사람 된 도리가 아니라는 건 자명했다. 주섬주섬 찾아본 책은 아이가 5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학급생 모두에게 선물한 홍익출판사의 오세진 번역본이었다. 일단 먼지를 털어냈다. 논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척이나 아름다운 경구, 노래처럼 암송하는 문장이 떠오른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로 시작하는 학이편 첫 문장은 공부 의지를 상승시킨다. 공자가 직접 말씀한 가장 중요한 문장이기도 하다.

사이토 다카시의 『60대를 위한 논어(김윤경 옮김, 타인의사유, 2023, 240쪽 분량)』는 예상 독자층을 분명히 하고 그에 최적화된 문장을 선별한다. 저자는 예순 살 고개를 넘을 무렵이 되자 다른 풍경이 보이는데 “올라가야 할 길이 돌연 없어진 듯”(p.5) 하다고 차이를 전한다. 선뜻 이해되기보다는 과연 그럴까 싶으면서 온전히 믿기지는 않는다. 올라가야 할 길이 완만해질 뿐 아니라 끊어진 길이 없나 살펴야 하는 시기에 <논어>의 어떤 가르침은 깊이 있게 다가올 것이다. 사이토 다카시는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로 교육학을 전공했다. 지식과 실용이 결합된 글쓰기로 발표하는 책의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서로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교양의 힘』, 『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 『어른의 말공부』 등이 있으며 『논어』를 번역했다.

『60대를 위한 논어』는 전체 다섯 개 장으로 구성하여 장마다 열 편의 문장을 소개한다. 한자 원문과 의미 해석, 두, 세 편의 부연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이해는 저자의 실제 적용사례나 다양한 예시를 살펴봄으로 독자 스스로 실천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아침에 참된 이치를 깨달으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p.26)는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는 이인편 8장에 나온다. 저자는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무언가를 추구해 나가는 기쁨을 욕망 충족에서 오는 행복과 비교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2장 위령공편 23장에서 공자는 실천해야 할 평생의 과제를 “서(恕)”라고 꼽는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남의 고통을 짐작하고 덜어준다는 도덕적 상상력이 필요한 개념이다.

3장은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 위한 가르침’에서 인간관계의 필수조건을 최소한의 예의에서 찾는다. 육포를 가장 싫어하는 음식으로 꼽았던 공자는 거칠고 저렴한 음식인 육포라도 사오는 제자의 열정을 확인하고 싶어 했으며, 최소한의 예를 보이면 누구에게나 개방된 곳이 공자학교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4장, ‘세대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가르침’은 학이편 15장 자공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한다. 가난하면서도 즐길 줄 알고, 부유하면서도 예의를 좋아하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저자는 물질적 풍요에 좌우되지 않는 항상심을 노년을 앞둔 이들에게 주요한 덕목으로 세운다. 5장, 행복한 군자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가르침에서는 머리로만 알지 말고 매일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60대를 위한 논어』는 60대에 들어선 저자가 우선은 같은 세대를 위해, 다음으로 모든 세대를 향해 추리고 엮은 논어 명문장이다. 논어 번역도 했던 저자이기에 공자의 말씀을 음미하며 새로 문장을 고르는 진심이 전달된다. 『60대를 위한 논어』는 한 번에 읽고 완독 체크할 책은 아니다. 책을 덮은 후에 더욱 마음을 울리는 글이 있고, 사례를 적용하고 싶은 곳도 있으며, 낭독하거나 필사하고 암송하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 독자층을 정하고 집필한 만큼 만듦새도 적절하다. 활자 크기나 여백, 피로도를 줄이는 배치도 배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50개 구절은 해설과 함께, 부록으로 실은 50개는 일종의 처방처럼 상황별로 제시하고 있다. 논어가 2500년이라는 긴 시간과 한학이라는 벽까지 이중으로 접근을 차단하는 난공불락의 고전이지만 지금 각각의 형편에 맞는 한 문장이라도 새길 수 있다면 귀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쓰임에 적합한 개략적 입문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출판사 도서제공-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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