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술로 빛난다(다산초당, 2023, 336쪽 분량)』는 국민 미술 교양서로 일컬어지는 <방구석 미술관>의 저자 조원재의 새로운 책이다. 전작에서 서양미술사의 거장들과 한국 근현대 미술 거목들을 정리했다면 이번에는 조명을 우리 자신에게 옮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책 제목의 의미를 설명한다. 즉,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우리가 어른이 된 후 ‘어떻게 예술가로 남을 것인가’이다.”(p.8)라고 했던 피카소의 화두에 대한 답이다. 저자는 천진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충분히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긍정과 낙관에 방점을 찍는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행로를 복기할 때 선택의 여러 순간이 되살아난다.
1부 <나를 깨우는 질문들>에서 던지는 여덟 개의 질문 앞에서 독자는 잠시 멈춘다. 반복되는 삶에 지쳤느냐는 첫 물음 앞에서 전혀요, 라고 답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반복’이 어떻게 변주하거나 승화될 때 새로운 의미 부여가 가능한지 욘 카와라의 ‘오늘’ 연작과 이우환에게서 살핀다. 반복은 더 이상 지루하거나 답답한 중압이 아니다. 보기를 스스로 결정하는가? 의식적 판단 이전에 반사적으로 작동한다. 미디어는 활자보다 가깝고 애쓰지 않아도 습관으로, 중독으로 달린다. 저자는 미술을 사랑하는 이유를 ‘보기의 결정권’(p.46)에서 찾는다. 볼 것의 범람 앞에서 미술 작품을 볼 때 최대치가 되는 자기 의지의 특별함을 때문이다.
2부 <삶을 예술로 만드는 비밀>은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비밀 항목을 열거한다. 마르셀 뒤샹의 말에서 ‘거대한 나태함’(p.108)에 주목한다. 탁월한 작품 <파리의 공기 50cc>에서 나태함의 역설을 이해하게 된다. 즐거운 루틴인 산책 이야기에서는 고흐와 장욱진, 이우환의 작품을 감상하고 산책이 지닌 다른 결들을 살핀다. 아이의 눈으로 볼 수만 있다면 평범하거나 덮어두어도 되거나 관심을 끌지 못할 게 없다. 예술의 순간은 무한히 늘어나고 예술의 정의는 추가된다.
저자는 예술을 통해 감정을, 결국 자신을 알게 된다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보다 상쾌한 일은 없다.”(p.176)고 한다. 예술의 존재 이유가 “예술작품을 보며 결국 나를 본다.”(p.177)는 견해는 ‘즐거운 예감’의 임지영 대표가 전하는 예술 향유와도 맥을 같이한다. 작품은 우리 자신을 투영하는 창이며 매개가 된다. 당연하다고 여겨져 온 궤도를 이탈해 예술 순례의 길에 올랐던 저자는 3부에서 지도는 우리들 안에 있다 한다. 작품 감상은 사조와 작가, 배경 지식에 기반하지 않는다. 나아가 예술에 정답이 없듯이 삶에도 정답이 없고 각자가 정의하는 고유한 예술이 있을 뿐이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는 내 안의 예술가를 깨운다. 각자의 유일한 삶을 자신만의 캔버스로 치환한다. 저자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온 순간들을 풀어놓는다. 선택의 순간에 만났던 예술 작품은 그다음 걸음을 이끌었고 독자는 그가 누렸던 예술을 함께 발견한다. 익숙했던 또는 놀라운 예술 작품을 새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데에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영상작품 <모든 것은 잘될 것이다>를 찾아보고 싶어진다,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의 ‘사물을 포장하는’ 예술은 결과물은 물론 아이디어부터 구현까지 전 과정, 그러니까 삶 자체가 작품임을 드러낸다. 책은 마지막으로 ‘독학력’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닐지라도 마음이 가는 주제를 향해 몰입하고 애쓸 때 언제까지나 예술가로 남을 수 있다. 저자는 편안한 문장으로 손을 내민다. 그저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유일한 예술을 살아내자고. 이제 그 손을 잡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