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 지와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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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근하면서 동시에 외면하기도 쉬운 글감인 자신을 기록하는 일은 그 자체


로 의미를 지니고 나아가 의무가 되어가는 듯하다. 자서전 쓰기는 도서관이나 학습관에서 모집 인원 미달로 폐강되는 일 없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온 오프라인에서 접근 가능한 채널도 다양하다. 인기를 더해가는 장르인 자전적 글쓰기에도 눈 밝은 길잡이가 필요하다. 몇 해 전 참여했던 강좌에서 교수님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을 필독 도서로 삼았다. 메리 카의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권예리옮김,지와인,2023,원제:The Art of Memoir,2015,328쪽 분량』는 읽고 쓰는 일을 비롯해 허구를 제외한 진실에 닿는 글쓰기의 가치를 전한다. 저자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일인칭 시점의 실화를 읽을 때마다, 언젠가 나도 자라나 엉망진창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갔다.”(p.14)고 서문에 밝힌다. 메리 카는 미국 시러큐스 대학교 영문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1995년 출간한 첫 인생록 『거짓말쟁이들의 클럽』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며 자전적 글쓰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과 함께 작가 지망생들의 필독서로 여겨져 왔다.

책은 “인생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나”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 2부로 구성된다. 인생을 기록하기 위한 재료는 상당부분 기억에 의지하지만 부실한 기억, 암송된 기억, 전승된 기억 모두 충분치 않다. 과거를 향하는 여정에 오르고 나서 경험을 글로 옮길 때 저자는 “일단 없는 이야기를 새로 지어내는 데에는 결사반대”(p.43)를 표한다. 고양이똥 샌드위치의 예를 들어 ‘거짓’에 대해 정의 내린다. 또한 쓸 준비가 되었는지 가늠해 볼 항목도 제시한다. 기억력이 나쁘면 포기하라, 마음의 상처치료를 원한다면 전문 상담사를, 복수를 원한다면 변호사를 찾으라며 특히 싫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쓰지 말 것을 권한다. 20세기 들어 회고록에 열광하기 시작한 계기가 된 라이트의 <흑인 소년>부터 회고록의 역사도 살핀다. 찾아 읽어야 할 도서 목록들이 추가된다. 저자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읽지 않고 자전적 글쓰기의 작가가 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가 쓴 작품의 분위기는 너무도 황홀해서 읽고 있으면 뇌 구조가 송두리째 바뀌어버리는 것만 같다.”(p.107)면서 <말하라, 기억이여>에서 만날 수 있는 빼어난 지점들을 짚는다. 또한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세부 묘사의 중요성, 다섯 가지 감각으로 파악되는 육체성이 글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설명한다.

2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은 한발 더 나아간다. 정보를 배치하는 방법,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구조, 서사 기법 등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어 생생하게 비평한다. 자전적 스토리를 쓰기 이전에는 독자들을 피해 다녔지만 꾸며낸 사실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할 때, 시에 비트겐슈타인이 등장할 때, 고전문학을 동경하고 아빠에 대한 호칭을 고민할 때, 가식과 솔직 사이에서 서성일 때, “뭔가를 쓸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p.256)던 순간, 그리고 “나는 곧은길을 걸어가듯 글을 써본 적이 없다.”(p.257)고 말할 때 심장은 두서없이 빠르게 뛴다. 페이지는 밑줄과 기호로 얼룩지고 감동은 저절로 차오른다. 저자는 30년의 글쓰기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인용과 사례, 지켜야 할 제언들과 요소를 요약해 번호를 매긴다. 밑줄과 색으로 강조한다. 행간에 시간이 흐르고 독자는 어떤 경이로운 공간에 이동해 있는 느낌이 든다.

훌륭한 사람이 된 후에 훌륭한 책을 쓰겠다는 결심이 터무니없는 이유를 조금씩 이해한다. 아마도 훌륭한 사람 되기라는 사명은 애초에 도달 불가능의 표지를 달고 만들어 졌을지 모른다. 지금의 나 역시 싸이즈를 줄인 시지프스일 뿐이다. 사생활을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건 자유지만 인쇄물로 내어놓는다는 건 예의에서 벗어난다는 걱정이 컸고 의심은 계속되었다. 일기와 에세이와 소설은 동등한 선택지인가. 문맥과 가독성을 비롯해 한 교수님이 강조하는 객관적 상관물의 수준을 획득하는 글쓰기에 도달하는 동시에 정확한 진실을 새겨 넣는 일은 실현 가능할까 불안했다. 이에 대해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는 최대치의 답을 제시한다. “지독하게 엉망인 한 사람의 삶에서 진실을 끌어내려 애쓰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마지막 페이지 문장에 깊이 감사한다. 읽고 쓰는 일을 저버리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아끼고 사랑하고 되풀이 펼치게 될 책이다.

책 속에서>

내가 읽고 또 읽은 책들은 겉으로 드러난 행위에 의존하는 시각적 매체인 영화처럼 기록하지 않는다. 여러 출처의 비중을 가늠하고 저울질해서 균형 잡힌 관점을 내세우는 역사처럼 기록하려 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자전적 글쓰기의 위대함이다.(p.99)




(서평단-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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