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 확대개정판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외 옮김 / IVP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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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를 앞둔 12월 말이면 매번 다짐한다. 최소한 성경 일독하는 한 해 되기를, 은혜가 충만한 한 해, 영적으로 성장하는 한 해, 주님과 친밀하게 동행하는 한 해, 마르다가 아닌 마리아의 시간을 거듭 선택하기를 년 초에 바란다. 열심을 내다보면 어느 순간 그때 바라고 원하던 제목들과는 빗나간 각도에 서 있는 자신과 맞닥뜨린다. 연약하고 산만한 어린 양은 달라질 줄을 모르고 또박또박 나이 들었다. 다듬고 일구겠다 애썼건만 잡초는 우거지고 귓전은 소란스럽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든 맥도날드의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홍화옥, 김명희 옮김, Ivp, 2018, 1984』은 외면하고픈 고민의 시간을 간과함 없이 전면적으로 다루며 탁월한 기독교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서문의 소제목은 “한계에 부딪힌 날”로 질서, 분주함, 눈물바다, 텅 빈 영혼과 같은 단어가 독자를 무장 해제시키고 영적 골방으로 이끈다. 저자인 고든 맥도날드는 전 세계 수많은 목회자들의 멘토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40년간의 목회, 선교회 총재 역임, 신학교 교수, 선임 연구원으로서 강연 및 저술활동을 지속해왔다. 은퇴 후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1990년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초판 출간 이래 확대개정판을 통해 노년의 지혜를 보탠다.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소박하고도 솔직하게 그려 보인다. 신앙의 멘토이자 영적 지도자로서 발끝에 차이는 쓴 뿌리와 잡초, 어김없이 발견되는 걸림돌을 어떻게 해치고 나갈지 몸소 보여준다.

저자는 서구 문화의 가치관이 바쁘면 바쁠수록 중요하고, 보이는 만큼 중요하다는 식의 성향에 눈멀게끔 이바지했다고 전한다. “더 많은 프로그램, 더 많은 모임, 더 높은 학력, 더 넓은 대인관계, 더 바쁜 일정 등, 삶의 표면을 이루는 이 모든 것이 너무 무거워져 도무지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삶 전체가 무너져 내린다. 피로, 환멸, 실패, 패배가 무섭게 엄습할 수 있다.”(p.37)는 직시에서 삶의 표면과 대척점을 이루는 게 “내면 세계”다. 프레드 미첼이 붙여놓은 “너무 바빠서 삶이 황무지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하라.”(p.40)라는 표어는 빌 하이벨스의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를 펼치게 한다. 평범한 일반인이 겪는 포화상태는 더욱 아이러니하게 여겨진다. 책은 일상과 성경 말씀을 교차하며 묻고 답하기를 반복한다. 3장, <황금 새장에 갇힌 인생>에는 쫓겨다니는 사람의 여덟 가지 증상이 나온다. 클리어, 넥스트! 의 연속, 투 두 리스트와 다양한 툴은 유용한 동시에 우리를 쳇바퀴에 가두는 장치다. 저자는 쫓겨다니는 사람의 특징을 분석하며 그 전형으로 사울을 꼽는다. 그토록 많은 달란트를 지녔던 이스라엘 초대 왕이 보여주는 파멸은 끝없는 경종을 울린다.

쫓겨다니는 사람의 동력은 성장배경과 불안감에 기인하며 “부름받은 사람의 삶”과는 다른 차원에 있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라운드 테이블 예는 특히 인상 깊다. 책의 2부는 시간 사용을 짚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원칙들은 실제로 적용하고 변화를 시도할 때 빛이 날 것이다. 지적 성장을 위해 경청할 것, 독서할 것, 자료정리 체계를 뜻하는 “공부”를 쉬지 않을 것을 권한다. 일종의 저장 공간으로써 일기쓰기도 통합적 기록의 의미를 새기게 한다. 저자는 예배와 중보기도를 가장 어려운 영적 싸움이라며 원인을 진단한다. 계획한 대로 결과를 얻는 데 익숙해진 우리는 “더 이상 기도를 유효한 방편으로 보지 않고 직접 나서서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p.272)되었다. 온전히 내어 맡기는 기도가 되도록 혼란으로부터 물러나 침묵하고 기다리며 귀 기울이는 데 시간을 들이는 일은 이미 너무 지체되었기에 빠를수록 좋겠다.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은 장마다 “더 깊이 생각해 보기”를 두어 변화의 경로로 안내한다. 형식적인 체크리스트가 아닌 사려 깊게 내면을 살피도록 돕는다. “나가는 글”에서 저자는 확실한 선물이자 무기를 남기는데 바로 성경 암송이다. 강건하면 80이라 명시된 우리 인생에 간직해야 할 것, 시력도 청력도 떨어지고 육신이 쇠하더라도 청년의 때에 새겼던 말씀은 견고한 지팡이로 곁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 감사의 영으로 찬송하며 늘 주님 곁에서 참 평안을 누리는 삶으로 속히 돌아오고, 재차 돌아올 수 있기를 간구한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다는 책망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 온전히 설 수 있기를 깊이 소망한다.

책 속에서>

쫓겨다니는 자의 내면세계는 무질서하다. 그의 새장은 빛나는 황금으로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덫에 불과하다. 그 덫 안에서는 아무것도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p.76)

그날 아침 여섯 시에 약속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실은 여섯시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이었다. 하나님은 매일같이 내 달력에 기록되어 있는 첫 번째 약속 상대다. 그것은 타협해서는 안 될 약속이다. 시간을 붙잡아 통제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잘 정비된 하루, 잘 정비된 인생, 잘 정비된 내면세계의 출발점이다.(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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