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는 그림 - 숨겨진 명화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나만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법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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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고 유용한 구독서비스는 온 오프라인에서 일상이 되었다. 구독물도 잡지나 영상은 물론 꽃다발 등 실물까지 다양하며 범위는 실시간 확대되고 있다. 매일 늦은 밤 같은 시간에 한 점의 그림과 글이 도착한다면 어떨까?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의 『내가 읽는 그림(위즈덤하우스,2023),304쪽 분량』은 온라인 상 축적된 그림-감상에세이 중 121편을 엄선해 책으로 묶었다.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는 국내 최초 데일리 미술 구독 콘텐츠이자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명화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편중 없이 소개한다. 책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작품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취지와 잘 맞는 그림+글 페어링을 꼽았다고 하니 선별에 선별을 더한 셈이다. 독자는 양질의 문화를 애호하고 향유하는 ‘지름길’에 편하게 들어선듯하다.

『내가 읽는 그림』은 시인부터 문화평론가, 화가 등 스물네 명의 필자가 자신의 갤러리를 구상하고 선보이는 형식을 취한다. 간단한 필자소개와 작품 선별 기준 및 주제 제시, 부연 설명과 선정한 작품 소개, QR코드를 첨부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접속 및 감상까지 가능케 한다. 본격적으로 장별 5~6개 작품과 에세이가 등장한다. 오른편에 작품, 왼편에 글이 실리는데 그림은 때로 양면을 펼쳐 활용하기도 한다. 눈에 익은 그림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생소한 작품들, 특히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 비중을 차지한다. 동일한 화가가 다른 필자의 다른 주제로 소환될 경우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된다.

“하늘을 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본질적인 새의 모습이지만, 그가 스스로를 확인하고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땅으로 내려온 이후입니다.(중략) 우리는 어째서 착륙 이후에만, 침잠 이후에만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요.”(p.66) 전병구의 <무제>에 보탠 정희영의 글을 보며, 또 한성우의 <무제>에 대한 허호정의 글을 보며, 계속 이어지는 글의 연속 앞에서 페이지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70여일 전부터 “즐거운 예감”에서 100일 예술 에세이 쓰기에 참여하고 있다. 3분 응시하고 15분 글쓰기의 형식이다. 초고는 15분 안에 쓰지만 퇴고 시간은 추가된다. 필진들의 글을 보며 이렇게 쓰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을 가늠하게 된다. 가령 15분이더라도 필자의 나이 더하기 15분, 생의 궤적 더하기 15분이 맞겠지만. 결과물은 다르고 세상에 하나뿐인 감상이 기록으로 새겨지는 듯하다.

이 책의 장점으로 제본을 비롯한 세심한 만듦새를 빼놓을 수 없다. 완전히 펼쳐져 그림 감상의 최적화를 꾀한다거나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페이지는 전시실 입구처럼 색지를 사용해 환기하는 점은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다채로운 그림을 모아둔 화집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새로운 동시대 화가를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에세이는 어떤가. 최고 아닌가. 그런데 여기에 조심스러움도 추가된다. 이정도 통찰에 못 미치면 감상이 어려운건가 라는 심리적 장벽을 드리울 수도 있겠다. 글이 빼어나다보니 시선이 그림으로 회귀하기 어렵고 글에 고정된 채 독자는 반응한다. 사유의 계단으로 걸어 내려갈 때 숙면보다는 정답 없는 미로공원 입구에 우뚝 서게 된다. ‘존재’하기 위한 디폴트 값으로써 사유는 좋은 것이니까 바람직한 일면이지만 내 마음은 이미 불면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근사한 시선, 이토록 명징한 직면, 이토록 첨예한 확장과 의미부여에 감탄한다. 좋은 그림도 글도 넘쳐나는 시대에 고르고 추린 한 권의 책은 독자의 시간을 아껴줄 듯하다.



(서평단-출판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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