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비결 - 좋은 문장 단단한 글을 쓰는 열 가지 비법
정희모 지음 / 들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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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모의 『문장의 비결(들녘, 2023, 324쪽)』은 잘 쓰고 싶지만 나름의 노력에도 여전히 동일한 갈증에 시달리는 독자라면 반가울 책이다. “이 책이 나의 문장을 구원하리라”며 하나씩 수집한 글쓰기 책이 상당히 쌓였음에도 명저의 명언에 졸필은 오랫동안 아랑곳 않는다, 그렇다고 누가 글쓰기를 포기하겠나. 서문에서 저자는 대상 독자를 언급한다. “특히 좋은 문장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필자, 또 문장을 쓰고도 잘못 쓰지는 않았는지 두려워하는 필자”(p.5)라면 더 이상 망설일 게 없다. 두려움과 불안감 사이, 의심과 좌절 사이에서 세쪽이 한 문장인 만연체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선망하는 필자는 가장 적합한 교정서를 발견한 셈이다.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글쓰기에 관한 학술적, 대중적 저술 작업을 해왔으며 모교인 대학의 국문학과에 글쓰기 강의를 개설했다. 2005년 공저한 『글쓰기의 전략』은 선구적인 글쓰기 책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유사한 책들이 뒤따르게 된다. 주요 저서로 『글쓰기 교육과 협력학습』 『글쓰기 교육의 이론적 탐색』 『창의적 생각의 발견, 글쓰기』등이 있다.

『문장의 비결』은 총 열 개장에서 좋은 문장, 단단한 글을 쓰는 방법을 짚어나간다. 저자는 좋은 글이란 “형식과 내용 면에서 균형감이 있고, 표현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글”이라고 말한다.(p.21) 균형감이 전체 구조의 안정감이라면 디테일은 문장, 문장 연결, 비유와 상징 등 세부사항 전체를 의미한다. 간결한 문장이 더 정확하다는 말은 첫 장부터 거듭 등장한다. 짧은 문장의 중요성은 2장의 화두다. 스티븐 킹의 부사 퇴치 주장은 더 이상 강조할 수 없을 정도다. 글을 압축하는 과정은 정민 교수의 예화로 이해를 돕는다. 수정할수록 여운은 남고 생각은 깊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3장은 생각의 논리와 글의 논리는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유의식’ 그대로 글을 쓰지 말 것, 생각나는 대로 쓰지 말 것, 문장 흐름을 하나씩 따지면서 차근차근 쓸 것(p.92). 새겨야 할 부분이다. 이어 한국어 기본 문형을 살피고 다양한 복합절 사례를 통해 어떻게 정리하고 수정할 수 있을지 설명한다. 6장 명사형, 동사형 문장에서는 서술어를 잘 살려 쓰는게 좋은 문장을 쓰는 첩경이라고 전한다. 명사형 문장을 서술형으로 바꾸는 연습은 해볼수록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서술어 중심, 동사형 문장의 중요성은 많은 글쓰기 저서들이 강조했지만 익숙함에 빠진 글은 자동 발사되듯 앞서 나간다. 명사절 남발과 잦은 수동태 출몰, 치렁치렁 꾸미며 묘사에 묘사, 설명에 설명을 덧붙이는 글도 고치지 못했다. 『문장의 비결』은 문장 안에서 절과 절이, 낱말과 낱말이 서로 발을 걸어 쓰러뜨리는 형국에 지쳐갈 즈음, 고집스러울 만큼 한결같은 문장들을 다 불태워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때 읽었다. 책은 길게 설명하지 않지만 중요한 부분을 반드시 강조한다. “비결”인 이유다. 글을 쓸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칙이며 이는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다. 예시 문장에서 장단점을 발견하고 수정하는 과정은 좋은 문장이 저절로 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각 장 마무리에 핵심 체크와 실전 체크를 실어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체화하도록 돕는다. 책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설명, 어법적 해설까지 어렵지 않다는 장점도 빠뜨릴 수 없다. 이제 원칙을 기준 삼아 쓰고 있는 초고를 다듬어 보려 한다. 확신을 가지고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단 번에 나아질 수 없을지라도 나아가는 일을 멈추지는 않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이처럼 좋은 글은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내가 지금 문장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해준다. 문장을 읽으면서 이미지가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갈 때 우리는 글 속에 담긴 참된 의미를 느끼게 된다. 오랜 숙련을 거친 작가들은 문장을 문장으로 쓰지 않고 이야기로, 삶으로, 생활로 쓴다. 좋은 문장은 이게 문장이란 것을 잊어버릴 때 써진다.(p.142)


<출판사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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