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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법칙 - 세상의 작동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가장 정확한 언어
시라토리 케이 지음, 김정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시라토리 케이의 『세상의 모든 법칙(김정환 옮김, 포레스트북스)』은 과학부터 인문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세상의 작동 원리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법칙과 정리 105개를 선보인다. 견고한 지식을 정련된 문장으로 명확히 할 수 있는 기회는 비록 전공 수준의 깊이에 이르지 못할 지언정 매력적이다. 저자는 용어를 먼저 정리한다. "법칙"은 “대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일정 조건에서 반드시 그렇게 되는 보편적인 관계성을 나타낸 것”(p.11)이고 “정리”란 “수학적으로 참이라고 증명된 명제”를 의미한다. 이때 정리는 “증명이나 설명 없이 있는 그대로 자명한 명제”인 “공리”를 전제로 만들어진다. “원리”는 상대성 원리 등 “자연계의 근본적인 성질을 나타낸 것”(p.12)을 말한다. “하나의 원리를 낭비나 모순 없이 꼭 필요한 엑기스만 추출해낸 것”(p.4)이라는 “법칙”의 다른 표현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작동법을 엿보는 유용한 도구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목차 순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읽어나갈 것을 권한다. 책은 하나의 법칙에 주로 세 쪽을 할애하는데 케플러의 법칙처럼 때론 일곱 쪽에 걸쳐 설명하는 등 분량은 유동적이다. 각 제목 번호 밑에는 물리, 논리, 천문, 심리 등 학문 분야를 기록하고 한 줄 정리, 도식, 정의, 발견자, 수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후 핵심 설명이 뒤를 잇는다. ‘들어는 봤다, 이 법칙!’에 속할 것 같은, 고뇌하던 시험시간을 떠올리는 법칙들도 많다. “전기의 신, 앙페르”가 밝힌 앙페르의 법칙, “전류·전압·전기 저항의 아름다운 삼각관계”(p.80)를-아름다운가-를 말하는 옴의 법칙 등은 여전히 범접 불가능하다. 수많은 정리 중 가장 유명하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물론 등장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100종류 정도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리할 때 저자는 그래프와 식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친절하게 밝힌다(p.215). 도움보다 좌절에 가까운 경우도(필자)도 있겠지만 빛의 속도로 이해할 또 다른 독자들을 다시 한 번 부러워한다.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경우도 있다. “맥스웰의 악마”에서 악마는 움직임이 빠른 분자와 느린 분자를 가려낸다고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데 60년이 지나 이 악마는 부정되었다고 한다. 스토리텔링 수학을 공부할 때 인상적이었던 황금비와 1대 1.618 비율은 암기 자체로 아름답다 여겨졌다. 이런 법칙도 있었군 하는 새로운 발견은 설렌다. 공무원의 수는 계속 증가한다는 “파킨슨의 법칙”(p.232)에서 저자는 공무원의 수와 업무가 무의미하게 늘어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법칙은 일상에서 자주 변용되는데 “마감 전에 미리 마무리할 수 있는 작업이 있어도 끝내지 않고 최종일 직전까지 시간을 낭비한다.”(p.234)와 같은 경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의 수식은 1:29:300이다. 대형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29개의 작은 사고 그리고 300개의 아찔한 사고라는 전조 증상이 있다. 얼마 전 하인리히 법칙을 경험하고 자중하는 상태로 한 번 더 새겨본다. 『세상의 모든 법칙』은 지식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책이라 궁금했다. 세상은 넓고 알아야 할 것은 많으며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저자의 수고로 독자는 105번의 지적 탐험에 동행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입문서를 선택하기 이전의 지식 애피타이저라고 할까, 책을 읽은 후 더 알고 싶다, 알고 말리라 하는 법칙은 앞으로 선택할 지식의 범위나 책의 목록을 구체화 해줄 것이다. 색인이 있어 후에 다시 찾아 읽기도 편리하게 배려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 또는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이 책이 답안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연한 지식이 힌트를 보여줄지 모른다. 때론 끈질기고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발견자’들의 진리를 향한 헌신이 공식이나 법칙의 숫자들보다 울림을 주기도 한다.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아름답고 알고 싶어지는 이유다.
(신간서평단/출판사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