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마리 늑대 -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
캐서린 바르 지음, 제니 데스몬드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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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바르의 『열네 마리 늑대Fourteen Wolves: A Rewilding Story(제니 데스몬드 그림/상수리) 2022』는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이라는 부제의 실화 그림책이다. 포식자인 늑대와 생태계 복원의 주인공이라는 명칭은 일면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생태학을 공부하고 그린피스와 자연사박물관에서 활동해온 작가는 생태 파괴와 회복의 현장을 정확히 전달함으로 독자에게 이해는 물론 감동까지 선사한다. 조금 큰 판형의 표지 배경은 초록색 나무가 울창한 숲이다. 정 중앙에 자리한 늑대는 크기와 눈빛으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리저리 혼란하게 찍힌 발자국은 앞 면지를 채우는데 뒤 면지에서는 다시 살아난 숲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이 된 옐로스톤 공원은 수천 가지 다양한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로 생명력을 자랑했지만 “늑대가 사라진 후” 황무지처럼 변했던 곳이다. 인간이 여러 이유를 대며 늑대에게 총구를 겨눈 이후 연쇄 반응으로 일어나는 인과관계는 모두 “늑대가 사라지자”로 시작된다. 책은 늑대가 사라지면서 황량해지기 시작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를 다시 들여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히게 된 드라마틱한 현장을 담는다. 1부 “고향으로 돌아오다”는 황폐한 곳에 이주시킨 늑대가 무리를 짓고 정착하고 본성에 충실할 수 있었을 때, 즉 더 이상 인간이 개입하거나 방해하지 않았을 때 변화를 위한 준비가 끝난다. 2부는 “새로운 옐로스톤”으로 생태복원 현장이 순차적이면서도 동시 발생하는 마법처럼 아름답게 그려진다. “늑대가 다시 돌아오자, 공원 안 모든 동물들과 생명체의 삶도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공원의 풍경도 놀랄 정도로 달라졌어요.”(p.27) 3부에서는 “자연이 돌아가는 원리”를 책을 90도로 돌렸을 때 위아래 한 화면으로 일목요연하게 전한다.

간결한 입말체 문장은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생태계 복원 과정을 어린이도 쉽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익숙지 않은 동식물은 활자 크기에 변화를 주며 이름과 설명을 실어 도감을 보는 것처럼 살피고 찾아보게 만든다.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수채화는 국립공원 곳곳을 상상하고 간접 경험케 해준다. 열네 마리 늑대를 기록한 페이지에서도 독자는 한참을 머물게 될 것이다. 친화력 좋은 늑대들은 자기가축화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가 되어 인간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늑대 개체군은 슬프게도 끊임없이 멸종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p.80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고 한다. 이 위협은 그들에게만 한정된 위협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또한 특별한 늑대 “브레닌”도 오랜만에 그리워한다. “철학자와 늑대”에서 활자로 생명을 얻은 마크 롤랜즈의 멋진 친구 브레닌 말이다. 『열네 마리 늑대』는 후루룩 넘겨볼 그림책은 아니다. 등장하는 모든 생명들에 오래 눈 맞춤 하고 귀 기울여야 할 것 같은, 그렇기에 소장 목록에 올려야 할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제공/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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