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인형 미운오리 그림동화 2
라리사 튤 지음, 레베카 그린 그림,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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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사 튤의 『카프카와 인형Kafka and the Doll(레베카 그린 그림/미운오리새끼/2022)』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제목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먼저 주목을 끈다. ‘부조리하고 암울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카프카적인(Kafkaesque)’을 사전에 등재시킨 주인공으로 대표작인 “변신”이나 미완성 장편 “성”에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아버지로 인한 상처, 출세와 결혼 등의 부담으로 힘겨웠던 카프카는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생을 마친 천재 문학가다. 그런 카프카에게 이토록 다정한 조합이 가능할까 놀라왔는데 “카프카와 인형”이 온전한 창작이 아닌 실화를 엮었다는 사실에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카프카와 도라는 베를린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쓰고 있는 소설 결말과 도시락 먹을 장소를 생각하며 걷던 중 울고 있는 소녀를 만난다. 수지가 자기 인형 숩시를 잃어버리고 슬퍼한다는 사실에 카프카는 말을 건넨다. 인형들은 여행을 좋아하는데 숩시도 여행을 가서는 소녀에게 편지를 썼다며 “나는 인형들의 편지를 배달하는 우편배달부란다.”라고 덧붙힌다. 카프카는 숩시 대신 편지를 쓰고는 직접 수지에게 전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편지를 통해 둘은 상상 속 세계여행을 즐기지만 예정된 결말은 다가오고 만다.

책은 카프카와 소녀 수지, 도라와 수지가 나누는 대화체 문장으로 생생함을 더한다. 카프카가 대필한 숩시의 편지는 또다른 즐거움을 전한다. 카프카 곁을 지켰던 도라 디아만트 덕분에 알게 된 편지를 실제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작가가 써내려간 문장임에도 기념사진처럼 여행지에서 도착하는 편지가 어쩌면 카프카의 버킷리스트는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동글동글한 그림체는 차분한 색감에도 경쾌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모자를 쓰고 성큼성큼 걷는, 호리호리한 외모에 큰 귀가 눈에 띄는 카프카와 재회하는 시간은 책 속일지언정 소중하다. 그의 마지막 날들이 배려와 진심으로 채워졌으리라 안도하게 된다.

카프카와 이별한 후 성장한 수지는직접 여행길에 오른다. 가방에 꽂혀있는 책 『METAMORPHOSIS』, “변신” 한 권이 독자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카프카를 기억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세 번째로 “변신”을 읽고, 얼마 전 이언 메큐언의 “바퀴벌레”를 만났는데 우연히 “카프카와 인형”까지 연결되어 의미있었다. 예견된 슬픔이 마음을 아프게 할지언정 주인공 소녀는 물론 독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신간서평단/출판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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