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A Year of Quotes 시리즈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로라 대소 월스 엮음, 부희령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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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The Daily Henry David Thoreau)로라 대소 월스 엮음, 부희령 옮김, 니케북스, 2020, 2022는 소로의 명문장을 365일간 매일 읽을 수 있도록 묶은 책이다. ‘세계 문학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책이라고 불리는 월든과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 시민불복종으로 유명한 소로는 에머슨과 함께 초월주의자이기도 했다. 미국 초월주의 사상의 전문가인 로라 대소 월스는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는 21세기에 소로를 통해 멈추고 성찰할 것을 권한다. 소로의 여러 저서를 부분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지만 인용문의 출처 대부분은 자신의 상상을 관찰한 글인 일기에서 가져왔음을 밝힌다. ‘옥수수와 풀과 대기를 기록하는 모든 자연의 필경사가 되기로 맹세했다(p.11)는 소로의 글은 무뎌진 마음을 벼리는, 그럼에도 부드럽기 그지없는 숫돌과 같다.

 

책은 날짜별로 매일의 문장을 싣고 있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글은 계절 중에서도 이 달이 어떠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매일 읽거나 쓸 분량은 많지 않고 오히려 간결한 편이다. 하지만 읽을수록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곱씹어 보게 하고, 어떤 묘사, 표현, 비유, 낱말에 감탄하게 만든다. 소로의 시선에 의지해서 보는 자연은 독자의 감각을 깨우고 일상적으로 흘려보냈던 대상은 발견에 가까워진다. “날씨가 어떻든, 밤과 낮의 어느 때든, 나는 짧은 틈에 불과한 시간조차 잘 쓰기를, 그리고 그것이 내 지팡이에 눈금으로 표시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과거와 미래라는 두 영원이 만나는 순간인 현재에 서 있기 위해, 그 눈금 위에 서 있기 위해.”(생활의 경제, 월든 1854)(p.29) 기꺼이 재독하겠다 싶은 월든의 문장임에도 선명히 기억나지 않는다. 문장의 재발견은 다시 책꽂이의 책을 꺼내고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아직 읽지 못한 저서의 인용문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연이어 올린다. 번역서가 나와 있는지도 찾아보게 한다. 1800년대의 일기를 백 년이 더 지나 읽는 느낌은 또 다른 성찰의 고리를 만든다. 그때도 3월이 있었고, 시간이 흘렀고, 계절의 변화에 기뻐했던 누군가의 흔적은 급격한 동지의식을 부른다. “사소한 일에 정신이 팔리면 그 습관에 영원히 사로잡히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모든 생각이 사소함으로 물들게 된다. 우리의 지성에 자갈이 깔리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하면, 바퀴가 굴러갈 수 있는 토대가 무너지고 만다는 의미다.”(원칙 없는 삶 1863)(p.83)라는 33일자 문장이다. 사소한 일에 정신 많이 팔렸던 오늘, 스스로를 향해 되뇌인다. 그나마 미약한 지성에 자갈이 깔리고 싶지 않으면 그러지 말자, 결심도 한다. 이 책은 만듦새마저 완벽하다. 소로는 초록이어야 마땅하다. 초록을 기본으로 자연을 단순화한 표지 패턴, 면지부터 종이의 느낌, 글의 배치까지 마음에 든다. 당연히 필사집으로 활용해도 좋겠다. 나의 편애하는 소로를 조금씩 아껴가며 매일 만나보자.

 

 

책속에서>

숲속에서 망사 모양의 털사철난 잎사귀를 보았다. 매우 싱싱한 초록빛이다. 연녹색 다른 식물들도 있었다. 이제 막 돋아난 덕분인지 눈에 덮이거나 추위에 시달린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쌓인 눈 아래에서 여름이 주먹을 꼭 쥐고 있다.(1852310일의 일기)(p.90)

 

산책할 때는 감각을 더 자유롭게 풀어 주어야 한다. 꽃과 돌, 별과 구름을 유심히 보는 것도 좋지 않다. 생각을 풀어놓듯 감각도 그냥 두어야 한다. 일부러 들여다보지 말고 그냥 보아야 한다. 잘 보려면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칼라일Carlyle은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무심히 보라고 말하고 싶다. 들여다볼수록 잘 못 보게 된다. 나는 지나치게 주의를 집중하는 습관이 있어서 감각이 쉬지 못한다. 항상 긴장에 시달린다. 들여다보는 일에 집착하지 말라. 대상에게 다가가지 말고 그것이 다가오도록 하라. 유심히 보지 말고 눈이 산책할 수 있게 두어야 한다.

(1852913일의 일기)(p.293)




<출판사 도서제공/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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