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윤동주를 새기다
윤동주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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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편 윤동주를 새기다(영진닷컴, 2022)는 시집이면서 필사집이고 동시에 감성가득한 시화집이다. 시리즈는 김소월 시인 편까지 갖춰져 있어 민족 시인들의 필독시를 만나보게 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필사, 따라쓰다코너에서 기획의 방향성 내지는 활용법을 안내한다. 깊은 독서를 가능케 하는 필사의 효과, 폭넓은 생각으로 문제해결력은 물론 자기 치유까지 나아가게 하는 필사의 장점을 꼽는다. 무엇보다 책의 특징으로 독립운동의 얼이 담긴 필사임을 강조한다. 독립운동가 김구, 안중근, 윤봉길, 한용운의 서체로 시를 담고 있는데 기록이 남아 있는 글씨들을 모아 연구하여 현대의 디저털 폰트로 구현한 독립 서체”(p.7)를 말한다. 직접 필사할 수 있도록 마련된 페이지에 따라 써 볼 수 있도록 흐린 밑글씨를 제공하고 위에 덧입히며 범상치 않은 독립 서체를 경험해볼 수 있어 새롭다.

 

또 하나의 특징은 윤동주 시 연구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평론가 고석규(1932~1958)의 글을 윤동주의 정신적 소묘라는 제목으로 실었다는 점이다.[‘요절한 천재 평론가로 불리는 고석규는 윤동주 사후인 1953, 윤동주 시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비평 윤동주의 정신적 소묘를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2022, 김성대, 기사발췌)] 시간의 간극이 느껴지는 문체라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윤동주 시인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점을 제공했으리라 기대된다. 책은 출생, 독립운동 혐의로 검거, 옥사, 해방후 최초 발표된 쉽게 씌어진 시까지 4장으로 구성된다. 직전에 읽은 책이 안소영의 시인 동주라 등장하는 시의 배경과 상황이 연결되며 몰입을 높힌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로 시작되는 새로운 길에서 연희 전문학교 신입생으로 처음 맞는 봄, 앞으로에 대한 설렘이 물씬 느껴진다. 누상동 하숙집 아들 동규와 조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했던 눈 감고 간다는 그의 노트에 있다가 후에나 세상에 나온 듯 4해방후 최초 발표에 묶였다.

 

윤동주를 새기다쉽게 쓰여진 시”, “별 헤는 밤”, “초한대”, “자화상”, 마음 아프기 그지없는 무서운 시간등 되풀이 읽게 되는 시들을 눈으로, 음성으로, 손으로 기억하기에 좋다. 때론 강렬하고 때론 부드러운 수채화 일러스트는 시를 앞서가지 않고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시화집의 매력일 것이다. 다만 각 장의 제목에 날짜는 있지만 개별적으로 시가 쓰여진 년도가 각각 기록되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또한 윤동주 시를 아끼는 독자로서 더 많은 시가 담겼으면 하는 욕심도 내본다. 서두에 과제로 받아들이지 마세요라는 말과 함께 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자는 권유가 필사집의 부담을 덜어주는 책으로 오늘은 이렇게 시인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 시선이 닿는 곳에 두고 싶은 책이다.

 


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6.3.)

 




<출판사 도서제공/신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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