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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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김하현 옮김/어크로스)』는 세상살이의 길잡이가 되는 지혜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과도한 지식과 정보로 인한 데이터 스모그에서 벗어나 신호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에릭 와이너는 《뉴욕 타임스》 기자, 공영방송의 해외특파원, 대학에서 나이트 저널리즘 연구원으로 있었으며 여러 매체에 컬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여행에 독자를 초대하는데 “행복의 지도”, “천재의 지도”,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등의 작품에서 사색하는 여행자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기차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그것도 생각의 속도로.”(p.10)라고 말하는 에릭 와이너는 시공간을 넘어서는 여행에 열 네 명의 철학자를 불러내는데 그 선택기준은 “이 사상가들이 지혜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전염성이 있는가?”(p.14)이다. 그가 발견한 최고의 철학자들로부터 배우는 “~하는 법”은 오늘의 독자에게 오래되었을지언정 결코 낡지 않을 방법론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열 네 명의 철학자는 우리가 어릴 때, 인생의 중간 단계, 삶의 황혼 무렵을 상징하는 새벽, 정오, 황혼의 3부에서 독자를 만난다. “~처럼 ~하는 법”의 구조는 활용가능한 실용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아우렐리우스에게서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검열 없이 실시간으로 내보냈”던 “인간이 되고자 단련 중인 사람”(p.33)을 발견한다. 짧은 만남만으로도 다음번에 ‘로마시대의 냉장고 메모’라 칭한 “명상록”을 펼 때는 느낌이 이전과는 달라지리라 예상케 된다. 질문의 대가 소크라테스 편에서는 ‘좋은 질문’을 탐구한다. 소크라테스의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p.75)는 말에 저자는 삶은 이미 충분히 힘겨운데 성찰까지 하라고? 반문한다. 명확하면서도 불쑥불쑥 모호해지는 “성찰”은 남발 수준의 과용으로 일상어가 된듯하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내 본능은 이 질문의 답을 재빨리 찾아내서 내 해야 할 일 목록에 줄을 긋고 다음 할 일로 넘어가고 싶어 한다. 나는 이 충동을 억누른다. 그리고 이 질문이 부드러운 그리스의 공기 속을 천천히 떠다니도록 둔다. 답은 구하지 못했지만 성찰하는 중이다.”(p.76)처럼 변화는 성장의 조짐을 보인다.

철학적 여행은 계속된다. 크나큰 오해와 부당한 비난을 받았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욕망의 분류체계를 만들었고 종류의 차이 뿐 아니라 작용 속도의 차이도 설명한다. 결핍과 부재의 측면에서 쾌락을 규정하며 이 상태를 “아타락시아” 즉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정의했던 에피쿠로스에 대해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나 자기변명이 아니라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하며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 적”(p.213)이라고 말한다. 향락주의자보다 “평정주의자”(p.197)에 가까운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재발견은 인상깊다. 너무 짧은 시간만이 주어졌기에 더 안타까운 시몬 베이유의 “관심을 기울이는 법”에서 “온전히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그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할지라도 진전을 이룬 것”(p.253)이라고 하는데 과연 공감하는지 묻게 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철학은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분야”라는 자신의 말에 구체적인 근거를 댄다. 그가 그려보이는 상황, 처한 환경, 자녀를 비롯해서 사람들과 맺는 관계와 반응의 결, 선택의 순간들까지 반복해 겪게 되는 현대인의 삶이다. 그가 맞닥뜨린 고민이 독자가 경험했던 딜레마와 동일선상에 있음을 확인할 때마다 독자 역시 기차역과 기차역 사이에서 깨달음의 돌들을 모으게 된다.(이 수집은 저자의 유쾌한 솔직함 덕분에 더 즐겁다.) 생의 주기에서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건 과거에도 미래에도 지혜로운 힌트는 마련되어 있다. 열 네 명의 철학자가 너무 많아 번잡하게 느껴질 수도, 누군가가 빠진듯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행로를 따라 다른 시간의 지혜자 또는 지혜를 사랑했던 자들을 만나는 경험은 유익이다. 지금 나에게 더 필요한 철학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만남에 깊이를 더해갈 노선을 새로 짜볼 수도 있겠다. 철학이 삶이 되기까지, 또는 삶에 원하는 향기가 베어나올 것을 기대하며 생활 밀착형 철학 입문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펼쳐볼 것을 권한다. 밑줄과 느낌표는 물론, 물음표도 많을 책이다.

책 속에서>

에세이 <저술에 대하여>에서 쇼펜하우어는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의 소음을 미리 보여준다. 소셜미디어 안에서 진정한 소리는 새로움이라는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쓰인 것이 늘 더 정확하다는 생각, 나중에 쓰인 것이 전에 쓰인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라는 생각, 모든 변화는 곧 진보라는 생각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p.178)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 적이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음의 신념을 따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이 남는다.(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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