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모우 미운오리 그림동화 1
나피 지음, 송지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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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모우(송지현 옮김/미운오리새끼)2020/2022』는 ‘겨울의 모습과 상상 속 생물과 장소’를 즐겨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 나피(Naffy)의 첫 그림책이다. 표지의 인상은 색감으로 먼저 다가온다. 앞, 뒤표지의 검은 배경, 책등의 붉은 색에 시선이 머물다보면 빨간 모자를 쓴 소녀와 작은 동물이 마주보고 선 모습에 이어 그 둘을 감싸듯이 서 있는 나무의 행렬이 깊이를 간직한 채 독자를 초대하는 듯 보인다. 둘 중 누가 모우일가? 면지 역시 검은 바탕이다. 오른 쪽 면지의 커튼이 드리워진 문은 본격적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 문을 열면 무슨 일이 생길지 호기심을 간직한 채 페이지를 넘기면 문이 열리면서 소녀와 작은 동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한 장의 트레이싱지가 소녀와 동물의 경계를 가르는데 제목만 적힌 독특한 속표지가 앞으로 펼쳐질 환상을 암시한다.

소녀, 토토는 아픈 할아버지와 함께 숲 속의 집에 살고 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찾아온 작은 괴물은 토토의 집에 들어오더니 하루를 같이 보낸다. 놀라 숨어버린 괴물을 두고 토토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괴물은 다가와 소녀의 그림을 본다. 그림 덕분에 소녀는 괴물에게 ‘모우’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다음날 모우를 따라 깊은 숲 속까지 들어가게 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 덩어리, 별들을 보고, 별 조각이 녹아 만들어진 투명한 수프를 나누어 먹고 나니 더 이상 다리도 아프지 않다. 집에 계신 할아버지가 생각난 토토는 수프를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어두운 밤의 숲을, 눈밭을 하염없이 달려서. 집에 거의 다다라서 쏟아져버린 수프 때문에 소녀는 슬퍼한다.

면지의 문에 드리워진 붉은 커튼은 희망과 환상의 가능성을 띈다. 모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소녀의 집은 형태를 분간하기 어려운 어두운 색조를 띈다. 하지만 모우가 들어오자 양탄자는 화사한 주황과 노랑의 조각천을 드러내고 벽지도 가구도 색을 덧입는다. 터무니없다고 현실에만 시선을 고정한다면 모우도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림으로 소통하는 법은 커다란 괴물들에게서도 공감을 이끌어낸다. 불가능해 보이는 수단일지라도 진심은 마법같은 힘을 발휘해 서로를 넉넉히 연결시킨다. 이런 경험은 소녀를 성장케 하고, 성장한 후에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토토는 다시 옛집으로 돌아온다. 기적 같았던 기억이 이야기로 되살아나 모두에게 다시 경험될 수 있도록. 뒷 면지의 문을 앞 면지와 비교해 보면서 이번에는 독자가 바통을 넘겨받을 차례다. 우리의 현실에도 불을 밝혀 줄지 모를 모우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건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숲 속의 모우』는 겨울 필독 그림책의 한 켠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도서 제공/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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