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어른 - 김지은 평론집
김지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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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어른/2016/문학동네』은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의 첫 번째 평론집으로 저자는 철학을 전공하고 동화작가로 등단했으며 가르치는 일과 쓰고 전하는 일을 통해 어린이와 성인들을 만나고 있다. 특별히 우리말로 옮기거나 해설한 작품들이 하나같이 인상 깊었다. 연속되는 만남이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평론집을 읽게까지 한 셈이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고정순 그림, 안데르센 원작의 “그림자”로 흑백의 묵직한 질문에 미심쩍은 답을 모색할 때 김지은의 해설은 놓치거나 넘기지 않아 안도하게끔 돕는 길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믹 잭슨 글/존 브로들리 그림)”의 장면 수정도 불필요한 오해를 거둘 수 있으니 든든한 마음이다.

 

 

“동화작가는 작품을 쓰고 쥐도 새도 모르게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어른이다. 이 이야기 안에는 너희만 있으니까 염려 말라고 상냥하게 거짓말해주는 어른이다.(6p)” “어른 없는 안전한 시간들(6p)”을 만들어주는 동화작가의 정체성을 잘 설명한다. “거짓말하는 어른”은 자유로운 이야기 세상, 안전한 그곳으로 부재, 목소리, 꿈이라는 주제로 세 번에 걸친 여행을 보여준다. 소제목 안에서 소환된 작품들은 주제 또는 사건과 배경으로 견주어 새로운 ‘아, 그렇구나’를 찾아내게도 하고 생생한 숨을 지닌 인물들을 불러내어 유쾌하게 때론 짠하게 대면하게끔 한다. 읽은 책들은 반갑지만 읽지 못한 책들이 스스로를 부끄럽게도 하고, 급한 마음까지 들며 자연히 도서목록은 쌓여간다.

 

 

“어린이의 상처를 직접 어루만지고 함께 굶주리는 일은 어떤 사설이나 보고서도 해낼 수 없는,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중략) 공주와 기철이와 유정이가 따뜻하게 잠들 수 있도록 그날 밤 이불을 덮어주고 곁에 누워주는 동화를 더 많이 만나고 싶다.(33p)” 어른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린시절 이와같은 동화를 갖는다는 것,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곁에 있을 친구, 백 살이 되어도 꿈처럼 돌아가 꺼내볼 수 있는 보물을 지니는 것과 같다. “자유, 살게 하는 힘”편에서는 ‘변신 모티프’를 다루며 변신은 자유의 수단이자 해방을 향한 유일한 통로임에도 “하지만 가장 실현 가능해 보이는 변신은 ‘성장’이다(68p)”라는 말로 공감케 한다.

 

 

“묻지 않는 어른 앞에서 어린이는 입을 잃어버린다. 이 경우 입은 오직 대답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데, 훈련된 대답은 말이 아니다. 말을 할 수 없는 입은 몸에서 사라진 기관이나 다름없다.(91p)” 5월 5일 어린이날 이 문장을 읽으며 ‘묻지도 듣지도’않았던, 줄로 재단하고 한 치, 두 치 이탈을 세며 ‘너는 왜’ 또는 ‘왜 너는’을 반복하고 사로잡히던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평만 봐도 매력 넘칠 것 같은 “주병국 주방장”을 읽으며 헛헛함을 채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책은 마음으로 아끼는 안소영의 “책만 보는 바보”곁에 수년간 꽂혀있기만 한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이다. “동화 가운데 이 작품만큼 책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203p)” 이 문장이면 됐다.

 

줄과 체크와 동그라미와 물결무늬로 가득해진 “거짓말하는 어른”은 어린이를 향해 말하는 동화에서 어른이 더 귀담아 듣게 되는, 귀기울여야 하고 흘려보내서는 안되는 지점들이 빼곡하다. 무딘 눈으로 알 수 없었던 것들을 깊고도 세심하게 살펴주기에 소중하다. 앞으로도 김지은이라는 이름이 있으면 그 작품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듯하다. 사람들이 놓치고 외면한 얼굴들이 작품 안에서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말을 건다. 읽고 발견하고 깨달을 때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실현가능한 변신, 성장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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