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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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소담출판사/이상훈 옮김)1865년 발표한 표제작과 쌈닭두 편을 묶고 있다. 창작 초기 그의 고향 오룔 부근의 여성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열두 편의 시리즈를 쓰려던(278p) 작가의 원래 의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불도장을 찍은 듯 강렬한 작품의 여운을 생각할 때 궁금해지고 아쉬운 마음이다. 톨스토이도 극찬했고 문학사가 미르스키도 러시아 작가 가운데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293p)’라 칭했던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16년 후 출간되는 왼솝잡이와는 꽤 다른 분위기로 독자를 데려간다.

 

나는 그 어떤 학파에도 속하지 않는데, 이것은 내가 가르침을 얻은 곳이 학교가 아니라, 바로 스콧의 범선이었기 때문이다.(268p)"라고도 했듯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얻은 경험은 작가를 스쳐가는 법이 없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도 그 당시의 젊은 며느리에 의한 엽기적인 시아버지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기에 더욱 놀랍다. 원제는 므첸스크 군의 맥베스 부인이지만 제목의 상징성 또한 멈춰 생각하게 만든다. 권력욕과 야심을 일깨우며 남편을 끝까지 밀어 붙였던, 결국은 함께 파멸하고 만 그녀는 주인공 카테리나 리보브나에게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집중하게 만든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의 제사노래는 처음 부르기가 어려운 법이다.-러시아 속담는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도를 높혀갈 카테리나 리보브나의 악행, 살인을 암시한다. 우리 지방에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생각할 때마다 영혼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그런 인물들이 간혹 나온다.(11p)"라는 첫문장은 비극의 서막을 연다. 젊은 나이에 나이 많은 남편과의 애정 없는 결혼을 하고 러시아의 권태에 둘러싸여 6년을 보내는 동안 진저리치며 본성을 억눌렀던 그녀는 본래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인 세르게이의 유혹에 이끌려 맹목적인 사랑에 빠진 이후 그녀의 행보는 너무도 쉽게 극단으로 치닫지만 결국은 비열한 세르게이의 정체 앞에 마지막 선택을 한다. 제동을 걸어줄 무언가가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싶지만 그녀의 감정도 행동도 가속도를 더해가며 일방향으로 전진한다.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오페라에서 영화로 까지 잊혀지지 않는 전형으로 드러난다.

 

쌈닭은 레이스 상인이자 중매쟁이로 끝도 없는 사건의 중심에, 자연스럽게 또는 일을 만들어서 스스로 처하곤 했던 돔나 플라토노브나의 이야기를 화자인 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그러나 이후 시종일관 이어지는 대화체의 문장은 레스코프 문학의 특징이라는 스카즈 장르’, 즉 살아있는 구어체를 재현하려는 일종의 문체양식(276p)이 어떤 것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페트루셰프스카야 등 현대 여성 작가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이 문체는 시간의 밤(문학동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돔나 플라토노브나가 넘치는 자기 확신으로 펼쳐 보이는 이야기들은 시작과 끝이 정연하지 않고 새로운 곁길이 불쑥 돌출하며 이어지곤 한다. 이미 답이 정해져 있기에 형식은 주고 받는 대화일지언정, 혼자 말할 뿐 상대 목소리를 듣지는 않는다. 타인의 감정은 조금도 배려하거나 공감할 줄 모르고 자기딴에는 선한 의도가 상대방을 비참의 수렁으로 천진하게 내몬다. 눈물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눈물은 눈물일 뿐이에요. 당신이 불쌍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눈물로는 돈이 생기지 않아요.(149p)" ”그거야 세상사가 그렇지. 사람이란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있다고 느끼면 곧바로 돼지가 되거든.(184p)" 때론 헛웃음이 새나오는 비유로, 정작 본인은 유머와 풍자를 의식할 여유라곤 없이 오로지 진지하게 거침없는 의견을 내뱉는다.

 

왜곡되고 비뚤어진 착각들조차 조금도 의심할 줄 모르는 그녀는 왜 이런 여인, “쌈닭이 되었을까. 책 속에서 직접 묻고 있다. 그럼에도 돔나 플라토노브나,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202p)" 그리고 페테르스부르크의 물정에 대해 알려준다. 페테르스부르크의 물정이라는 것은 돔나 플라토노브나나 그와 비슷한 존재를 생성시키고 발달시킬 뿐만 아니라 동시에 무턱대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레카니다 같은 사람들을 그녀의 손아귀에 넘겨주는 그러한 것을 말한다.(203p)“ 돔나 플라토노브나의 사연과 마지막 장들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에서 잊기 어려운 두 개성적인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다. 이어 펼쳐볼 책 광대 팜팔론에서는 조금 더 웃음기 있는 세상이 전개될지, 21세기에 만난 19세기 러시아 여성들은 한참 쓴 여운을 남긴다.

 

 

책 속에서>

-그 어떤 혐오스러운 상황에서도 인간은 적응을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보잘것없는 기쁨이라도 추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아무것에도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세르게이를 보았고, 그와 함께라면 유형지로 떠나는 길도 기쁨이었다. (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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