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걱정러의 5만 생각과 픽토그램
미셀 리알 지음, 김지혜 옮김 / 아트앤아트피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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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리알의 『5만 생각과 픽토그램(아트n아트피플/김지혜 옮김)』 은 제목부터 신선하다. ‘오만가지’를 찾아보니 오픈사전에서는 -여러가지, "오만개의 가짓수만큼" 비유적 표현- 이라 하고, 국어사전은 -매우 종류가 많은 여러 가지. 또는 그런 것-으로 명명한다. 원제목이 궁금할 수 밖에 없는데 “AM I OVERTHINKING THIS?”로 표지에서는 OVERTHINKING만을 표기하고 있다. 이래저래 압사 직전까지 과하게 눌릴 걱정과 생각의 무게를 쉽게 연상할 수 있고 너무도 친근한 현상이라 그 처방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은 “이건 너무 예쁘잖아!”였다. 판형과 앞 뒤 표지의 흰 바탕과 겹치며 그려낸 색색의 벤다이어그램 속 낱말들이 ‘준비되었나요?’ 하며 시동을 거는 듯하다.

 

 

서문에서는 책의 사용법 및 정체성을 밝힌다. 앞서 속표지 이후 한 장을 할애한 분수 형식의 헌사나 “이 책은 도표 책이 아니다.”로 시작해서 “아, 그리고 이 책은 도표 책이다.”로 마치는 서문의 구조 또한 신선지수를 계속 상승시킨다. “5만 생각과 픽토그램”은 “일상 속 걱정, 오늘 뭐 먹지?, 이메일 제목 뭘로 하지?, 어른이 된다는 것, 인간관계, 이런저런 온갖 생각, 진지한 고민들”까지 일곱 가지 대주제를 중심으로 질문 형식의 항목들을 각각 한 페이지씩 할애한다. 픽토그램이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누가 봐도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문자라고 사전은 정리하고 있는데 “5만 생각과 픽토그램”이 바로 이 정의에 완벽히 부합한다.

 

 

“고데기 안 끄고 나왔나?”, “소파 뭘로 사지?”, “살까 말까?”, “버릴까 말까?”등의 기본 장착된 혼잣말을 지나가면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까?”, “아직도 모르겠는가?”와 같은 오래 멈춰있게 붙잡는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나?”는 내게 너무 일상적인 질문이라 위로가 되었다. 나의 경우 이 질문의 확장으로 “혹시 지금 해야 되는데 안하고 있는 게 있을까?”, “다른걸 해야 되는데 이걸 하고 있는거면 어떻하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게 아닐까?”등이 수시로 등장하며, 뒤따르는 것은 심호흡과 두근두근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책을 펴고 종이와 펜을 찾지 않을까 싶다. 단순성은 기본이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표현이 놀랍다. 컬러테라피를 받듯이 아름다운 색을 즐길 수 있고 사물의 재치있는 활용은 그 자체로 일상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충분한 여백 또한 의미있는 배려다. 이 책과는 더 많이 친해질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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