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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교양 -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 ㅣ 생각뿔 인문학 ‘교양’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엄인정.김형아 옮김 / 생각뿔 / 2020년 12월
평점 :
괴테의『괴테의 교양(생각뿔/엄인정, 김형아 엮고 옮김)』은 시대를 앞서간 한 거장 괴테의 삶과 작품을 스케치하듯 포착하고 있다. 양과 깊이에 있어 재독을 거듭하고 시대적 배경에 충실할 때 비로소 행간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 작품의 산 앞에서 주저하게 될 때가 많다. ‘한 권으로 세상을 꿰뚫는 현실 인문학’은 본격적인 고전 읽기에 앞서 스케치하듯 저자와 작품을 만남으로써 기대와 감동을 더하도록 독자를 안내한다. 두 엮은이는 "이 책은 그가 우리에게 남긴 빛나는 성취 중에 깊은 울림을 주는 주옥같은 잠언들을 간추려 모은 것이다.(9p)"라고 소개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반가운데 잠언집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잠언집이라면 욕심껏 많은 문장을 채워넣을 것 같은데 “괴테의 교양”은 ‘현대인을 위한 괴테 입문서’라는 문구에서 예상하듯 시각적인 배려를 많이 했다. 다양한 이미지 자료는 작가 본인은 물론, 작품의 삽화나 영감을 받아 완성한 그림, 깊이 교류했던 예술가들, 관련 건축물까지 다양해서 귀한 사진을 모아 볼 수 있게 해준다. 주제별로 여러 작품에서 발췌한 문장은 독자가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여백을 확보한다. 상세한 주제 설명은 시야를 넓혀주고 지엽적인 부분보다 맥락을 살필 수 있도록 돕는다. 본문은 발췌문과 독일어 원문을 함께 실었는데 편역자의 단상을 곁들임으로써 독자 또한 주요 문장과 숨은 뜻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도록 안내한다.
올해는 스물 어느 해 겨울,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던 그때, 두꺼운 책을 들고 만감이 교차하며 활자를 읽어나가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온전한 “파우스트” 재독을 예정하고 있기에 파우스트의 문장들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스물넷에 구상을 시작해 60여 년만인 죽기 일 년 전에 완성한 평생의 대작, 완결했기에 죽음을 허락받은 듯한 인상마저 드는 “파우스트”는 때론 시처럼 마음에 다가온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이런 문장이 있었던가 싶은 비장함과 아름다움을 전한다. 대문호 괴테를 만나기 앞서, 또는 그 여정의 추억으로도 곁에 두고 다시 펴보고 싶다.
걱정이 마음속 깊이 둥지를 틀고 불안이 기쁨과 평온을 뒤흔들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고통이 생겨난다. 고통은 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아내와 아이, 들판과 집, 또는 물, 불, 칼날, 그리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에 두려움을 느끼며 벌벌 떨고, 잃을 것을 두려워해 울어 대는 것이다. -파우스트- (5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