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클래식 클라우드 25
줄리언 바지니 지음, 오수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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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예쁜 책이 설렘 가득한 지적 여행까지 보장해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켜 왔는데 비대면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듯싶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만난 줄리언 바지니의데이비드 흄(아르테)은 친숙하지 않은 이름, 교과서 어느 자리 몇 문장으로 암기했던 흄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가장 호기심을 갖게 했던 문구는 흄의 경고가 비로소 나를 독단의 잠에서 깨웠다.”는 칸트의 찬사였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낡고 단단한 액자 틀에 갇힌 고지식한 철학자를 생각하며 떠난 여행은 의외의 경쾌한 걸음으로 선입견을 깬다.

 

기억해야 할 인물의 삶을 중요한 장소를 따라가며 흔적 찾기에 나서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책은 감동을 누르고 애써 침착하게 설명하는 저자와 데이비드 흄의 빛나는 문장이 이중의 노래를 전한다. 철학자의 의미가 18세기와 현재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이는데 과학자의 범주조차 따로 없이 19세기까지는 과학도 곧 자연철학으로 포함되었다는 점에서(30p) 흄은 지식의 전 영역을 아우른다 하겠다.

 

흄이 주변의 인물들과 맺었던 관계도 인상깊었다. 그의 대척점에 있던 데카르트는 순수이성에서 출발해 합리주의의 선봉에 서고 이에 반해 흄은 인간을 관찰해서 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 번째 저서이자 대표작인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인성론)”는 오늘날은 혁명적이라 일컫지만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다는데 그의 기본적인 주요 사상은 시작부터 경지에 이른듯하다. 인성론의 진정한 불행은 (중략) 널리 오해되었다는 것이다.(100p)" 맹목적 부정이자 트집잡기라는 해석은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다툼을 피하고 수용하거나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고 개혁보다 안정을 택하고 스스로도 유연성을 드물고 유용하고 귀한 능력(147p)이라 여겼던 점 등은 그의 포용력과 인간적인 성격을 대변한다. 특히 루소와의 에피소드는 두 인물 모두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의 그 루소가 맞나 싶은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믿을 준비를 늘 하고 있었고....(201p)', ’살아온 인생 내내 오직 감정 밖에 없었다는 점(201p)‘ 등의 흄의 판단이 씁쓸함을 남긴다. 그럼에도 평정심과 연민을 잃지 않은 흄이 대인배임은 분명하다.

 

데이비드 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의 선택들을 저자는 독자를 대신해 탐색한 후 충실히 기록으로 전한다. 앞부분의 펼침면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귀한 공간을 상상해본다. 보존되지 못한 거처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후일 마련된 동상은 그의 내면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한결같이 부드러운 시선이었을 흄에게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평범한 삶에 대한 이성적 추론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철학으로부터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더 큰 진리가 아니라 더 큰 안정성이다. 철학은 더 엄밀하고 꼼꼼한 추론 절차 덕에 이러한 안정성을 제공한다. (데이비드 흄,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중 /82p)



그러나 문체의 가벼움과 사유의 가벼움을 혼동하지 말라. 주제를 자유자재로 가볍게 다루는 듯 보인다고 해서 사유 자체의 무게까지 가볍다고 여기는 것은 오산이다. 흄의 평론은 실로 작지만 중요한 지혜를 가득 담고 있는 보물 창고다. (147p)

편견은 대게 잘못된 생각에 기초한 부정적 감정 반응에 불과하다.(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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