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
기예르모 데쿠르헤즈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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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은 아르헨티나 작가 기예르모 데쿠르헤즈의 국내 소개되는 첫 작품입니다. 커다란 판형에 그림책이라기에는 꽤나 묵직한 부피감이 전해집니다. 초록 풀밭과 차 문을 열어놓은 채 화분을 내리는 듯한 여인, 또 무심코 어딘가를 응시하는 아이의 표지 그림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듦니다. 표지의 특징은 목적을 가진 어떤 활자도 없이 책날개를 온전히 표지에 내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체를 펼쳤을 때 화면 가득한 초록 숲의 어떤 자리로 초대받아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고풍스런 벽지를 연상시키는 면지를 지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엄마, 내 친구들은 이제 휴대전화 속에만 남아 있어요.

-친구들은 네 마음속에 남아 있단다, 로렌조. 저장 용량도 마음이 휴대전화보다 훨씬 크지!“

잠시 머무르게 하는 첫 문장입니다. 이사온 새 집에서 커다란 책상을 본 로렌조는 신기해 합니다. 여기 저기 열어보던 중 발견한 노트를 펼치는 순간 책 속의 책이 시작됩니다. ‘청동 드래곤이라는 제목을 보고 예상 가능한 내용을 열심히 상상한 후 책장을 넘겼는데 상상 너머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아이들의 마음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변신놀이일 수도 있지만요. 로렌조는 자기만의 비밀을 간직하기로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장화와 모자입니다. 책 속의 노트는 노란 바탕으로, 현실은 초록 배경으로 차이를 주고 판타지 세계와 현실 세계가 자연스럽게 왕래합니다.

 

첫 이야기에서 는 토끼였는데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양이입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여자아이를 우연히 위험에서 구해주네요. 그런데 노트를 덮고 엄마의 심부름을 위해 가게에 들렀다 돌아오는 길이 낯익어요. 글로 읽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마법처럼 변주되고 로렌조는 집없는 개 휴고를 만나 친구가 됩니다. ‘공장은 조금 더 생경한 광경을 보여줍니다. “겁을 집어먹은 공장장은 달아났지만, 우린 피할 수 없었다. 둥지에 있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면 일을 계속해야 했다.” 무시무시한 컨베이어 벨트와 더 이상 맞지 않는 내 연장과 어둠. 상징은 깊어집니다. “꿈의 여행자그레고리오?”를 지나면 모든 이야기의 비밀이 감동적으로 풀리고, 성장하고 살고 선물하는 인생의 아름다운 순환을 지켜보게 됩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욱 빛나고 과정이 이미 꿈의 실현임을 말합니다.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상징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의미를 간직하기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해주는 멋진 작품입니다.

    

 

나는 누가 구해 주기를 바랐던 게 아니라, 발견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다시 깊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그런데, 어떤 의미로 그는 내 안에서 다시 솟아오른 것처럼 느껴졌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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