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니콜 굴로타 지음, 김후 옮김 / 안타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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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저자가 그렇겠지만 니콜 굴로타의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안타레스)”는 내가 가진모든 것을 내어 주리라는 결의가 그대로 전해친다. 원제 Wild Words의 생경하면서도 찬란해보이는 이미지가 마음을 두드린다.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이 시를 먹어라: 시에서 영감을 얻은 레시피로 차린 문학의 향연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전작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조금 더 깊이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담아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시간을 계절에 빗대어 정리, 분석함으로 순환하는 사이클을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해준다. 자신의 경험을 예민하고 풍성히 녹여내고, 때마다 동력을 제공하거나 지지받을 수 있었던 시와 문장, 사람들 이야기를 곁들임으로 독자 역시 잠시 감상하고 때론 기대어 생각하도록 한다. 동시에 나에게 이런 문장은 무엇인가, 나를 지탱하거나 움직이게 하는 의미있는 타자를 기억하게 해준다.

 

 

시작의 계절부터 완성의 계절까지 총 열 개의 장, 열 개의 계절을 통과하는데 마지막 계절에 책이 완성되고 축배를 든다. 어느덧 독자도 기쁨으로 일렁이는 심정이 되니 열 개의 계절을 나의 계절 겪듯이 차근히 걸어나간 셈이다. 예민하게 깨어 자신의 열정과 두려움, 시행착오와 돌파구, 조금씩 더 지혜로울 수 있는 선택과 결코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이 부드럽게, 결국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인도되었음을 확인하기까지의 여정은 눈에 보이듯이 생생해서 활자를 읽는 것을 넘어 그녀의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준다.

 

 

다시금 현실을 직시하게끔 깨우칠 때도 있다. 당신은 누군가의 부탁이나 요구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중략)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이 원해서쓰는 것이다. 당신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마침내 읽는 이에게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약속이 아니라 바람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훗날 약속이 될 수 있다. (41p)”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 불평할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극복해야 할 걸림돌은 동시에 훗날 내가 쓸 글감이기도 하다(53p)는 말은 용기를 준다. 당신이 쓸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에 삭제할 에피소드란 없다.(53p)”, 당신의 이야기를 내면에 간직한 채 참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88p)” 경험에서 우러난 말을 건넨다.

 

 

쓰고자 애써 온, 글쓰기에 온전히 사로잡혀 지내온 작가의 열정과 노력이 모든 순간을 아름답게 만든다. 각 장마다 의식과 루틴코너에서 실용적인 팁을 한껏 전수해주는데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두고 체크해야 할 것 같다. ‘단조롭고 예측가능한 루틴의 힘에 충분히 공감한다. 두려움 나열하기, 하루에 한 줄 쓰기, 본질주의자의 생각 정리법, 영감의 원천을 찾는 3단계, 소셜 미디어 정화 작업 등 각 계절을 통과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올해의 키워드 정하기12월 마지막 날이 될 때까지 조금씩 생각해 둘 것이다. 에필로그는 또 다른 시작을 꿈꾸게 만든다. 살아있는 한 계속될 꿈이다. 제목도 표지의 색감과 이미지까지 더해 마냥 부드럽게 할 수 있어요, 잘 될 거에요!’를 남발하는 책이지 않을까 의심하며 읽기 시작했음에도 그래서 더 솔직하고 치열한 작가의 진심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경험을 하며 실제적인 힘이 되어 주었다. 기억해야 할 문장, 그림이 그려지는 문장들을 다시 읽어본다.

 

 

 

책 속에서)

글쓰기에 하루 단 5분만 할애하더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로 그 순간 당신이 추구하려 는 목표에 부합할 것이며, 당신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전 반드시 말해야 할 이야기에 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신 스스로가 더욱 홀가분해질 것이다.(109p)

당신이 써내려갈 페이지 위에 당신의 내면을 드러내야 한다. 불만의 계절은 온갖 힘겨운 도전들로 가득차 있지만 그럴수록 글쓰기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 그 글이 당신을 사막 밖으로 인도할 것이다. (121p)

나는 몇 주 전 애리조나 사막으로 운전해 달리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타는 듯한 열기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식물들을 바라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가끔 이런 충동에 빠져들 때가 있는데, 나는 그것을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이 멀리까지 운전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비록 잠시나마 가슴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길가에 차를 세워둔 채 곧장 바다를 향해 걸어가곤 했다.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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