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봐! I LOVE 그림책
라울 콜론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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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클론의 상상해 봐(보물창고)”는 지면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훌쩍 뛰어넘도록 격려하고 이끄는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볼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건네고 때론 수수께끼를 내거나 숨은 그림찾기에 초대하기도 하는 글 없는 그림책은 스토리가 있는 예술작품입니다. “상상해 봐!“는 아프리카의 동물들이 등장하는 전작 그림이 온다!“와는 또 다른 세계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커다란 판형이 우선 친절하게 느껴집니다. 독자가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탐색하며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니 책을 펼치기 전에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친구는 거대한 다리의 입구에 서있는 것 같아요. 제목이 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좀 더 압도적인 느낌이 드네요. 면지는 단순합니다. 베이지색 바탕에 색분필 한 통이 그림과 관련이 있으려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속표지에는 원제목 Imagine!도 같이 표기가 되어있네요.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덧씌운 표지를 빼 보고 싶어집니다. 이 순간을 저는 좋아합니다. 비밀 선물을 개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거든요. 역시! 근사하군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앞표지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다리를 건너갑니다. 노오란 햇빛 찬란한 아침인 것 같아요. 뒷표지를 펼쳐 보니 그 소년이 반대로 돌아오고 있어요. 푸른 빛이 감도는 저물어가는 시간인 듯 해요. 소년이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도착한 곳은 Museum of Modern Art(MoMA), 뉴욕 현대 미술관입니다. 몇 점의 그림 앞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소년은 그림 속 인물이 틀을 벗어나 자신에게 다가오면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유명한 세 점의 그림에서 차례로 빠져나온 무용수와 악사, 사자까지 이들은 모두 일행이 되어 명소 관광을 시작합니다. 놀이기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 크라운 관망대에도 오르고, 핫도그도 나눠 먹고, 센트럴 파크 잔디에 앉아 노래하며 연주도 합니다. 이제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와 각자의 그림 속으로 제자리를 잡습니다. 오래전 좋아했던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집으로 향하던 소년은 오늘 일어난 일을 건물 외벽에 멋지게 그린 후 돌아옵니다. 잠이든 소년 방 창문에도 잊지못할 장면이 그려져 있네요. 아마 꿈 속에서 다시 친구들을 만날 것 같습니다.

 

한 권의 그림책으로 뉴욕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듭니다. 소년이 얼마나 충만한 하루를 보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내일의 소년은 아마 달라져 있을 것이고, 그 하루 하루가 모여 특별한 어른으로 성장해 가리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작가의 말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미술관의 세 작품을 설명해 줍니다. 작가는 좀 더 어렸을 때 작품의 원화를 감상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촉구합니다. 그런 살아있는 경험은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우리를 위해 고안된 기계 장치나 화면에서 과감히 벗어나, 가장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가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작가의 말)”라는 말에 진심이 가득 묻어나옵니다. 소년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한 편의 영화같은 그림책이 감동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선택하도록 권합니다. 라울 콜론, 앞으로 늘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작가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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