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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 ㅣ 탐 그래픽노블 1
쥘리에트 일레르 지음, 세실 도르모 그림, 김희진 옮김, 김홍기 감수 / 탐 / 2020년 8월
평점 :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의’가 앞서있는 것을 보면 입는 것이 먹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일까요? 쥘리에트 일레르의 “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탐)”는 복식의 변천사 뿐만 아니라 시기별 중요 이슈와 영향까지 흥미진진한 패션 여행으로 독자를 초대합니다. 무엇보다 화려한 표지가 눈길을 끕니다. 면지를 펼치면 복식사중에서도 중요한 사건들을 보기 쉽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인문학적 접근으로 질문을 던지고 사고를 촉발하게끔 하는 이유는 저자 쥘리에트 일레르가 철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학문으로서의 철학에 머무르기보다 친근하게 접근하고 소통해왔던 행보는 ‘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총 9개의 주제로 패션의 큰 흐름을 살피거나 디테일한 변화나 표현도 주목해봅니다. 이야기를 이끄는 디자이너 지망생 오데트와 햄스터 패션 인류학자 장 폴의 활약으로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깨알 정보들을 얻게 됩니다. 2장 ‘복장 혁명’에서는 과시적 소비를 금지하는 ‘사치 단속법’도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사회적 위계질서를 외부로 드러낼 목적이었으나 반복된 법 제정에도 효과는 기대이하였고 결국 프랑스에서는 1793년에 ‘복장의 자유’가 선포됩니다.(30p)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계층구별의 욕구가 여기서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신호, 디테일로 따라올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는 ‘탁월한 취향, 품격’이라는 다른 말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패션과 인간의 욕구, 표현의 의도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강조하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입니다. 철학자의 주장을 인용한 패션 해석은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합니다. 파스칼의 ‘의복은 곧 힘이다. 상상력이 이성을 가리고, 그 그물로 우리를 사로잡기 때문이다.(100p)'라는 주장으로부터 ’몸치장은 본질에 관한 것이며 결코 피상적이지 않다. 자신의 정체성이 주체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메시지(100p)'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장폴과 함께”코너는 ‘가방 속 작은 고고학’에서 가방 속을 투명하게 들여다 보며 층을 구분하고 명명한 장면이나 피어싱 상징의 의미들을 살펴보는 등 확장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눈길을 끄네요. 책 자체가 지면 패션쇼처럼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그래픽노블이라 부담없이 펼쳐서 읽게 되고 텍스트와 그림과 여백이 시너지를 내며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패션 용어를 비롯한 정보, 철학자들의 사상, 세계사의 이슈들, 미래 예측까지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꼭 필요한 내용의 선별, 요약, 정리가 근사하게 완성된 “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는 읽고 보는 즐거움 모두를 충족시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