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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 - 세상 돌아가는 걸 알려주는 사회학자의 생존형 과학 특강
윤석만 지음 / 타인의사유 / 2020년 9월
평점 :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적 사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연이어 쏟아지는 과학 이슈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선별, 정리하거나 반응과 태도를 정해야 할 때도 많다. 윤석만의 “보통의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타인의사유)”은 사회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로, 인류 역사상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긴 과학 이론 및 이론가에 대해 현대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생각의 장을 열어준다. 15가지 주제는 친근한 영화와의 연결점을 짚어주기에 흥미롭게 개념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론의 적용이나 활용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확인하고 예측하거나,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전환 또한 기대하게 한다.
마블의 히어로물 시리즈를 소환해 과학적 이론 배경이나 근거를 설명해 주는 장들은 특히 재미있었다. 마블 히어로들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gravity free’를 꼽으며 슈퍼맨과 배트면의 대결구도에서 슈퍼맨의 압도적 능력의 원인이 행성간 중력차이임을 알려준다. ‘삼천만큼 사랑해’ 라는 명언을 남긴 아이언맨의 심장 ‘아크 원자로’는 핵융합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가능한 조건에서 벗어나는 항목들 또한 언급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미래를 보는 능력과 시간 여행을 이야기하는 역사상 기록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시간의 관계성도 눈여겨 보게 된다.
영화 속 명대사부터 영화 탄생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인터스텔라 각본가 조나단 놀란이 물리학자 킵 손으로부터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배우며 각본을 쓰고, 형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해 ‘완벽한 블랙홀 영화’, ‘상대성 이론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듣는 영화를 완성시켰다(91p)는 대목에서는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블랙 홀과 화이트 홀의 개념을 설명하는고 특히 웜홀에 대해서는 그림으로 개미 예화를 설명하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기후변화와 대멸종 가능성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문제로 주로 알고 있던 기후변화의 많은 부분을 ‘해류의 흐름’이 차지한다는 사실, 해류순환 저하가 어떻게 육지의 기온을 떨어뜨림으로 ‘투모로우’ 속 상상을 일면 현실화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대멸종 가능성과 대표화석의 아이러니까지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은 내내 곱씹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다룬 ‘빅브라더의 미래사회/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편은 영화들과 함께 미셸 푸코의 팝옵티콘 개념, 움베르토 에코의 증언 등을 인용하여 더욱 여운을 깊게 한다. 과학적 사실을 나열한 것에 그치지 않고 즐겁게 감상했던 영화로 화두를 던지고 현재 우리들 삶의 모습까지 돌아보게 하고 미래에 눈을 돌리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책속에서>
-그것은 ‘새말newspeak"이라는 신어 때문에 가능합니다. 언어를 통해 행동뿐 아니라 생각까지 통제하는 감시 사회의 결정판이죠. 새말에는 먼저 체제를 비판하거나 그 대안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략) 오웰은 책의 해제에서 “개인이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이를 표현할 단어가 없으니 나중에는 새로운 생각 자체를 못한다”고 설명합니다.(269p)
-유년 시절을 무솔리니 치하에서 보낸 움베르토 에코는 “파시즘은 복잡하고 비판적인 추론의 도구를 제한하기 위해 빈약한 어휘와 초보적인 문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합니다.(27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