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원고 - 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대하여
존 맥피 지음, 유나영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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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다는 마음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보다 꼭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존 맥피의 네 번째 원고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총 다섯 권 분량의 고전 읽기와 겹치는 기간에 만났기에 집중해서 단번에 끝내지 못하고, 감동하다 닫아두다를 여러 번 반복하며 필 재독!’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네 번째 원고일까 궁금함을 안고, 앞과 뒤 면지의 애정 가득한 찬사에 분위기 고조되면서 창의적 논픽션의 선구자를 조금씩 알아간다. 1975년부터 프린스턴 대학에서 해오던 그의 글쓰기 강의 교실의 분위기를 때로 상상하면서.


알다시피 문학은 항상 하찮다고 여겨지는 대상 안에서 초월을 추구해왔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표현대로,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본다‘. 하지만 그러한 충동을 맥피만큼 멀리까지 밀고 나간 사람은 몇 안 된다.(10)’ 본격적인 글에 앞서 샘 앤더슨은 존 맥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맥피의 테마 보존에 대하여 그에게 배움이란 세계가 사라져버리기 전에 그것을 사랑하고 음미하는 방식이다. 존 맥피의 장대한 우주론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사실이-그 모든 지역, 생물, 시대가-서로 맞닿아 있다. 그것의 없음과 있음이, 물고기, 트럭, 원자, , 위스키, , 암석, 라크로스, 선사시대의 기묘한 석화, 손주들, 그리고 판게아가.(30)”라고 설명하며 맥피에게 있어서 보존과 사라짐, 배움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가늠케한다.


글쓰기 과정을 주제로 한 여덟 편의 에세이는 독특하면서도 선명하고 생기가 넘친다. ‘구조편에서 작가는 모든 작문에 구조적 윤곽을 첨부하게끔 했다는 고교시절 선생님의 방식은 자료의 홍수안에 고군분투하던 자신에게 구원이 되었음을 고백하며 이후 으레히 구조에 집착했고 이처럼 가르쳤다 한다. 강하고 견실하고 교묘한 구조, 독자가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게끔 만드는 구조를 세워라. 논픽션의 설득력 있는 구조는 픽션의 스토리라인과 유사하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62)” 열정을 다해 일단 쓰고 보는 게 중요한게 아닐까, 짧은 글의 개요짜기 조차 선택의 문제려니 안이했던 나 자신이 기본에서 벗어남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나는 업셋 급류가 왼편에 오게끔 두 카드를 나란히 놓았다. 나머지 34장의 카드가 그 주변으로 서서히 모여들면서, 합판 전체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카드들이 마침내 정연하게 줄지어 놓였다. 이후 여러 달에 걸쳐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이 배치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64)” 왜 이 문장이 이렇게 감동적이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등장하는 구조 이미지들을 너무나 중요한 금고의 비밀번호라도 숨기고 있는 듯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 본다. 한 편의 글은 어딘가에서 출발하여, 어딘가로 가서, 도달한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어떻게 이 일을 할까? 반박의 여지가 없기를 바라는 구조를 세움으로써 이 일을 한다. 처음, 중간,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첫 페이지.(82)”


글쓰기 명언집이라고 할 만한 날카로운 비법들이 우수수 쏟아지니 나의 광주리를 최대한 넓게 펴서 받아내야 한다. 그래, 그러면 도입부란 무엇인가?(104)“,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감없이 밝힌다. 약간 싸구려와 심한 싸구려 사이에 걸쳐 있는 블라인드 도입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000개의 디테일이 모여 하나의 인상이 된다.(113)“, 흥미를 끄는 것은 포함시키고 흥미를 끌지 않는 것은 배제한다.(114)“ 편집자들과 발행인‘, ’인터뷰를 끌어내는 법에서는 여러 에피소드를 즐겁게 따라갈 수 있지만 관계, 신뢰, 완벽을 향한 정직한 수고, 글쓰기의 철학, 태도 등을 생각하게 된다. ’체크포인트의 팩트체커들에게는 경의를 표할 뿐이다.


작가가 좋아하는 작업으로 세 번째 퇴고까지 거친 다음, 네 번째 원고에서 단어와 어구에 친 네모를 대체할 다른 말을 찾는 과정을 꼽는다.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날이면 날마다 자기 집 안뜰을 걸어다니며 가장 적확한 단어 하나를 찾아 머릿속을 뒤졌다는 이야기(265)“를 하며 플로베르는 영웅과도 같았다고 덧붙인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글쓰기 책을 계속 이것 저것 찾아보고 읽어봐도 정작 나의 글쓰기는 나아지지 못하고 만다. 시지프스의 바위가 더 적절한 비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존 맥피의 네 번째 원고는 구체적 현실에 기반한 엄격함과 너그러움이 공존하고, 격려와 응원의 진심이 전해지는, 몇 번이고 다시 읽겠다 다짐케 하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작가에게는 한 가지 기준만이 있을 뿐이다내 흥미를 끄는 건 넣고내 흥미를 끌지 않는 건 안 넣는다는 것비록 투박한 평가 방식이지만 이것이 여러부닝 가진 전부다시장 조사는 잊어라무슨 글을 쓸지에 대해 절대 시장 조사를 하지 마라가는 길에 도사린 온갖 중단재출발망설임기타 장애물을 뚫고 나갈 수 있을 만큼 흥미를 가진 주제에 대해 써라.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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