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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서 ㅣ 인생그림책 4
변예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6월
평점 :
누군가의 첫 번째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독자에게도 특별한 설레임이다. 변예슬 작가의 ‘나를 찾아서’또한 소개문구를 보며 어떤 책일까 상상했다. 전개를 예측하게 되는 제목이라 궁금증이 커지는 정도와 자아찾기 책의 비슷한 변주겠거니 하는 마음이 반반이었다. 분홍의 진달래꽃 색 표지에서 제목 언저리의 빛을 향하는 흰 색 물고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주인공이구나 생각하며 표지 전체를 좌우로 넓게 펼쳐 보았을 때 생각보다 깊고 넓은 바다, 생각보다 많은 다른 물고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바다가 왜 분홍이야 하는 의아함으로 넘긴 면지는 좀 더 물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전한다.
속표지를 지나 본문 첫 장은 양쪽 화면을 채운 바닷속 물고기들 곁으로 ‘어느 날’ 이 전부다. 이어지는 문장도 작품이 끝날 때까지 거의 한 줄에서 짧은 두 줄, 단 한 번 세 줄이 등장한다. 최소한의 텍스트가 그림 안에서 나만의 문장을, 질문을 만들게끔 허용한다. 책장을 넘기며 나도 모르게 주인공 물고기의 시선으로 헤엄쳐 들어가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혼란스러워하고 놀란 후에 안심하는 여행을 한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이질감 없이 감정이입하게 되는 여행이 펼쳐진다. 이 여행은 꼭 나의 여행 같다고 느낀다. 빛나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 물들어 가고, 그러면서 조금씩 나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변화, 주변의 시선과 지적, 어쩌면 구원과 성장까지 연속적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이 책은 몇 번을 보았다. 바로 다음 장이 내 예상처럼 이어지지 않았기에 볼 때마다 신선했다. 내면의 빛을 간직한 마지막장의 아름다운 물고기와 수 많은 물고기 중 누가 주인공이지 싶은 첫 페이지의 물고기를 비교하면 그 변화폭이 또 한번 놀라움을 안긴다. 필요했던 과정이었다고 받아들일만큼.지금 처한 공간적 배경이 삭제되고 온전히 빠져드는 몰입감 최고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 내가 호사를 누리는구나, 감각적으로 한 번, 지적, 사고적으로 한 번! ‘길벗 어린이’의 기다렸던 인생그림책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책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고 아마도 여러 번 다시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