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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 생각 : 살아간다는 건 뭘까 ㅣ 인생그림책 2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5월
평점 :
길벗 어린이의 인생그림책 두 번째 작품은 브리타 테켄트럽의 ‘허튼 생각’이다. 시리즈의 첫 책 ‘월든’은 완역본 400쪽이 넘는 분량을 어떻게 짧은 그림책으로 담아냈을까 경이로웠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워 만족감이 컸다. ‘허튼 생각’의 브리타 테켄트럽이 익숙한 작가는 아니었는데 찾아보니 나와 있는 작품은 꽤 많다. 이 책을 통해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고 작가의 목소리가 더 듣고 싶어진다. ‘허튼 생각’은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하나의 질문은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 답을 보여준다. 같은 사람이라도 오늘과 내일의 답이, 몇 년 후의 답이 모두 다를 수 있다. 답을 한 후에 각자의 설명에 귀 기울여 본다면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표지부터 심플하면서도 강렬하다. 옆모습의 검은 바탕 실루엣 안에는 많은 문이 열리거나 닫힌 채 그려져 있다. 생각의 문일까, 열린 문과 닫힌 문은 무엇을 의미할지 혼자서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본문에 들어가면 펼침 양면안에 질문과 삽화가 반복되는 구성을 보여준다. 연결되는 질문은 단계별로 점차 의미를 확장시키거나 심도있게 깊어진다. 돌연 새로운 질문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꽤 현실적인 질문도 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질문도 있다. 질문 만으로도 호기심과 의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저 별을 딸 수 있을까?’ 물을 때다. 어두운 밤에 뾰족한 침엽 나무숲에 천지에 별이 가득한데 저 높이 하얗게 빛나는 달, 그리고 달까지 닿을 만한 높고 높은 흰 사다리, 사다리의 간격은 무척 촘촘하다. 이 장면은 오래 들여다 보아도 지루하지 않고 밤의 서늘함과 고요까지도 전해지는 듯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읽어주었던 에릭 칼의 ‘아빠, 달님을 따 주세요’가 생각나면서 정답게도 느껴진다. ‘내가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또는 ‘질문은’하고 이야기 나눈다면 멋진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글과 그림 조합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화두를 변주해 나라면 이 질문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까, 이 그림에 어떤 질문을 던질까 고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권의 예술작품이다. 이어질 인생그림책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