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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평점 :
‘또 그림책 에세이네’ 책을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이다. 제법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책이 요즘은 그림책 관련 도서들이다. 이 책은 어떤 다른 점 때문에 기꺼이 책꽂이에 꽂아두고 싶어질까를 궁금해하며 ‘그림책’으로 또 어떤 변주가 가능할지도 추측해본다. 작가의 개인적 감상이 없을 수 없는 에세이지만 너무 함몰되지는 않았으면 했는데 균형을 잃지 않아 확장하고 공감하는데 부담없어 편안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그림책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라는 점에서는 무조건 감사할 일이기도 하다.
내가 아끼는 작품을 언급한 부분은 응원받는 느낌이라 즐거웠고 몰랐던 작품은 좋은 작품을 소개받았으니 설레였다. 총 3장 24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작가의 조곤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상상하며 빠져 들다가 그림책보기로 분위기를 환기하고 영화나 책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내가 꼽는 그림책 에세이의 장점 중 하나는 한 권으로 여러 작품을 감상하는 ‘눈’의 호사도 포함되는데 처음에는 그런 면에서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림책 장면들을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고 심지어 한 면의 부분을 발췌해 실은 경우도 있었다. 시각적으로 확 드러나지 않는 그림은 오히려 여백에 방점을 둔 듯 해서 결과적으로 작품에 대한 갈증과 호기심을 일으킨다. 직접 찾아보고 싶다는.
‘엄마의 낡은 스테인리스 볼은 내게 와서 페트리샤 폴라코의 [할머니의 찻잔]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진귀한 도자기 찻잔이 되었다.(235쪽)’ 세대를 이어 간직하고 싶은 유산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것들을 찾아보고 소중히 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어 주는데 책을 읽다 말고 수납장을 뒤져본다. 엄마 집에서 챙겨왔던 파이렉스 빈티지 찻잔이 왜 하나일까, 두 개가 한 세트인데...다음에 가져와야지, 엉뚱한 생각도 하며 책장을 넘긴다. 얼마나 감사할 것이 많은지 그림책을 읽고 오래 머무르거나 찰나의 순간을 만끽하거나 스스로를 나아가게 하는 힘을 또 다시 발견하게 해주는 따뜻한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