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담푸스 세계 명작 동화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키아라 피카렐리 그림, 김하은 옮김 / 담푸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톨스토이의 단편 가난한 사람들은 읽은 후 오랜 여운을 남겨 성인 독서 동아리에서 논제도 만들며 비경쟁토론을 진행했던 각별한 작품이다. 이번에 줄글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사하는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그림책으로 출간되었고 책 소개 몇 컷의 삽화는 보고 싶은 마음을 배가시켰다. 표지부터 그날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한 가족같은 네 인물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보인다. 심상치 않은 자연의 풍광 앞에 선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표지를 넘기면 고요할 때의 바다색을 연상시키는 청록의 면지가 나타난다. 속표지에는 밝은 표정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는 부모의 손이 무엇보다 인상적인 가족사진이 담겨있다.


입말체의 함축적인 글은 정성담긴 목소리까지 겹쳐진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남편을 생각하는 어부의 아내 잔나는 거세게 파도치는 바다를 등지고 서 있다. 그 뒷모습은 잔나의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이 가득 묻어난다. 남편의 귀환을 기다리다 집 밖으로 나선 잔나는 어려운 이웃을 떠올리고 그 집으로 향한 후 엄마 마저 잃고 남아있는 아이들을 망설임 없이 데려온다. 남편이 과연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하나의 염려가 가슴을 누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주인공 잔나의 불안과 공포, 두려움이 전해지며 공감하게 된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음에도 도움의 손을 내밀며 내가 왜 그랬을까? 남편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지?’라고 고민하는 잔나의 독백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어지는 장면들은 감동적이고 이 가난한 사람들은 독자를 부끄럽게 한다. 가난하지만 진정 여유있고 귀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 그 귀함이 곧 부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는 살아야 합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생명의 존귀함을 각성시킨다. 삽화가 글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