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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디트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9년 7월
평점 :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오래전부터 책꽂이에 꽂혀진 채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으로 우연히 얻게 된 첫 번째 책의 얼룩이 마음에 걸려 새로 구입한 이후로도 여전했다. 그 후, 김선영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에 잠시 언급되었는데 짧지만 강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드디어 길벗어린이에서 근사한 그래픽 노블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비로소 오랜 시간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을 먼저 손에 들게 되었다. 새로운 선물이 주는 기쁨을 더 충만히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다루는 작품은 그림책은 물론 작품의 종류와 상관없이 매력적이다. 20세기 판타지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의미있는 작품으로 책을 펼치고 몇 장을 넘기면서 바로 특별한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오래된 괘종시계가 열 세 번 종을 치면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 펼쳐진다. 익숙한 집에서 멀리 와 놀이와 친구가 간절했던 톰에게 해티와의 시간은 여름날 햇살처럼 빛났다.
글을 읽으며 눈앞에 그려지던 상상속의 장면들이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히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과 이야기 흐름에 따른 해티의 변모가 가장 궁금했는데 잠옷을 입고 있는 톰의 모습과 나뭇잎 그림자로 어른거리는 초록 풀밭, 나무 위 놀이집 짓는 장면, 겨울 정원의 눈과 얼음까지 멋지게 펼쳐진다. 해티의 모습 역시 표정과 머리 길이, 복장 등이 조금씩 변화하며 시간의 경과를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어느사이 톰과 해티의 키 차이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 부분은 이 작품의 정점으로 깊은 감동을 전한다. 톰에게 감정이입하면서 간절함과 소망, 낙담과 기쁨, 안타까움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 우리의 삶 역시 무엇 하나 사소한 것이 없으리라 깨닫는다.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이 아련하게 차오른다. 필리파 피어스의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서 읽어나갈 생각이다. 또한 길벗어린이에서 그래픽노블 시리즈로 다른 작품들이 나오는 것인지도 궁금하고 바라게 된다. 이 여름에 받은 잊지 못할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