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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린, 어린왕자 - 어느새 어른이 되고 만 우리에게, 별에서 온 편지
어린왕자 지음, 오차(이영아) 그림 / 프롬비 / 2019년 6월
평점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던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친구와 독서에 푹 빠져있던 시기에 샛노란 표지의 ‘어린왕자’를 선물받고 기뻐했던 일은 선명하다. 노란색을 유독 좋아하던 나였기에 더 의미있었고 그림동화의 개념으로 읽던 시기를 벗어나 울림있는 사고 촉발자로서의 어린왕자에 매료되었다. 수집 대상 도서라는 이름도 붙일 수 있겠다. 몇 몇 책들은 번역이나 출판사에 따라 욕심껏 사들이고 싶어지고 나아가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 하는 재구성본들과 연구자들의 저서, 여행길에 만나는 원서들까지 폭을 넓혀가는데 ‘어린왕자’도 물론 그에 속한다.
‘지금도 어린, 어린왕자’는 ‘어느새 어른이 되고 만 우리에게, 별에서 온 편지’라는 부제가 책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지금도 어린, 어린왕자에 견주어 ‘어느새 어른이 되고 만 우리’를 바꾸어 말해볼 수 있을까? 여전히 정답을 찾고 있는, 지치고 피곤한 어깨의, 자주 슬픔을 마주하게 되는, 하지 않은 것을 향한 후회와 하지 못한 것을 향한 서글픔에 여전히 매인....얼마든지 이름붙힐 수 있겠다. 말했듯이 어린왕자는 총명하고 재기발랄하고 따뜻한 그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현재를 살고있는 나와 같은 어른들에게, 또는 열심히 경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어린왕자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건넨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모두 돈으로 끝난다며 돈이 곧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어른들에게 ‘난 돈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장미에게 물을 주면서/상자 안에 있는 양에게 밥을 주면서/언제든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데/커다란 행복을 느끼는데...(47쪽)’라고 말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행복의 조건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어떤 곳에서는 뜨끔해진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또 있는데 ‘만약!’이라고, ‘만약~을 한다면 ~을 해주겠다’는 조건문장들을 지적한다(54쪽). 이렇게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임을 깨닫고 한번 더 생각하게, 또는 쉬어가게 해준다. 좌우로 귀여운 일러스트와 어린왕자의 글이 교대로 배치되어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또 다른 모습으로 선물처럼 나타난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