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 내 삶에 힘이 되는 Practical Classics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깨깨 그림, 이길태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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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칠 때마다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있는데 어린왕자빨간머리 앤을 모티브로 하는 모든 작품이다. 식상함은 고사하고 늘상 궁금증을 자아내니 마치 발견할 때마다 환호를 올리는 보물찾기 같다. ‘빨간 머리 앤TV에서 방영되던 애니메이션의 인상이 여전히 강렬하다. 어떤 장면과 등장인물의 모습은 그로부터 각인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몇 권의 빨간 머리 앤을 거쳐서 얼마 전 초록색 커버의 완역본으로 다시 정독함으로 또 한 번 잊지못할 감동을 경험했다. 그 여세를 몰아 성인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으며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꽤 긴 제목인 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역시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내 삶에 힘이 되는 Practical Classics’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원작 속 앤과 다이애나의 우정을 시간을 거슬러 단발의 빨간 머리 앤과 북극곰 꼬미의 관계에서 재현한다. 축약이나 각색을 거치지 않은 완역본이라는 점이 우선은 가장 만족스러웠다. 등장인물 소개부터 차례의 서른 여덟 개 소제목, 한결같이 새로운 반짝이는 문장들, 중요한 단락은 글자색을 달리해 집중하며 줄치는 효과까지 준다.


빙하조각을 타고 표류하던 북극곰 꼬미는 캐나다에서 단발의 빨간머리 앤을 만나 여행을 한다. 그 과정에서 앤과 꼬미는 스무 번의 짧은 말을 선사한다. 작품이 진행되는 사이사이 간지처럼 삽입되어 있어서 책을 읽다 발견하는 숨은 보석같은 느낌이다. 영화나 책에서 발췌한 짧은 글을 전하기도 해 다음에 듣게 될 이야기를 계속 기대하게 된다. 깨깨 작가의 환상적인 그림은 또 하나의 빨간 머리 앤을 완성시킨다. 오래 보아왔던 익숙한 장면이 사뭇 다른 분위기와 사랑스러움으로 새옷을 입고 있는데 그림작가의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자랑하고 싶어지는 화집을 선물받은 듯하다. 채색된 문장들을 낭독하며 그림을 넘긴다면 아마도 부러울 것 없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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