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대한민국까지, 재판으로 보는 세계사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콜라보 3
권재원 지음 / 서유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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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콜라보세 번째 도서 길고 짧은 건 대봐야아는 법은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시리즈 중에 내 말 좀 들어줄래?’ 역시 곁에 두고 생각날 때 펴보곤 하기에 사뭇 딱딱한 주제인 에도 기대가 컸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재판을 통해 그 시대를 엿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시대적, 공간적으로 광범위하게 살피는 책으로 재판으로 보는 세계사’, ‘사건과 논쟁으로 보는 세계사라는 표지의 소개말이 핵심을 잘 요약해준다.


1장은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재판을 담았다. 특별한 의미를 간직한 네 건의 재판과 그 의미를 소개해준다. 눈에 익은 명화인 다비드의 독배를 드는 소크라테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존에 알고 있던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과 실제 상황 사이의 간극을 비로소 이해하고 바로잡게 되었다. 직접 민주주의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아테네 재판의 진행 순서를 따라가며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한다. 왕정을 버리고 공화국이 된 로마의 첫 번째 집정관인 브루투스의 재판은 그 대상이 그의 아들들이었다는 사실에서 더 충격적이다. 로마인들에게 공화국은 곧 공유재산을 의미한다는 사실, ‘국가가 특정한 인물이나 집단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공유재산이라는 의미(48)’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다. 부루투스의 재판은 그래서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중국의 역사적 재판들 중에서는 이릉의 재판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가 쓰여진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며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비교하여 얼마나 빼어난 작품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근대의 전환점이 된 재판에서는 세 개의 굵직한 재판들을 보여준다. 그 중 에밀 졸라의 그 유명한 나는 고발합니다가 나오게 된 드레퓌스 재판을 살펴본다. 꽤 많은 분량을 실었는데 저자가 시대에 길이 남을 명문이다(203)’고 표현할 만하다. 이 책도 제대로 읽지 못했었는데 찾아 읽어야 할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6현대 한국의 재판으로 우리의 현재까지 살펴보며 마무리된다.


기억해야 할 중요한 재판들을 통해서 그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알 수도 있겠지만 인간 본성, 진심의 면면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단편적인 정보들이었다면 이 책을 통해 역사 속에서 다시금 생생해지고 본연의 자리를 잡아 간다는 느낌이다. 책의 중간에 부록처럼 관련 지식을 삽입해 이해를 돕는 점도 친절하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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