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더 도그 - 성공하는 시나리오 쓰기의 진실을 알려주는 최초의 책
폴 기오 지음, 김지현 옮김 / B612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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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킬 더 도그'를 펼쳤을 때는, 그냥 시나리오 작법서 하나 읽는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구조 이야기, 플롯 이야기, 그런 것들이 쭉 나올 줄 알았고요. 그런데 몇 장 넘기다 보니 방향이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써야 하느냐"보다 "왜 쓰느냐"를 계속 묻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기술을 배우는 기분보다는, 누군가 제 어깨를 툭툭 치면서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읽다 보니 자꾸 멈추게 되더군요. 나는 왜 뭔가를 쓰고 싶어 했을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안전하게만 쓰고 있었을까... 저자 폴 기오는 우리가 익숙하게 붙잡고 있는 공식들을 거의 의심하듯 바라봅니다. 그게 정말 이야기를 살려왔는지, 아니면 우리가 불안하지 않기 위해 매달려 온 신화에 불과한 건 아닌지 묻는 식이었어요. 솔직히 조금 불편했습니다. 틀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 편안함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킬 더 도그'라는 제목도 처음엔 그냥 자극적인 표현처럼 보였는데, 읽다 보니 꽤 정확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안에 숨어 있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습관을 뜻하는 '방 안의 개'를 죽이라는 말. 남들이 좋아할 법한 이야기, 시장에서 통할 법한 톤에 기대는 순간 글은 매끈해지지만, 동시에 생기를 잃는다는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아는 것을 쓰라"는 말도 여기서는 전혀 다르게 들렸어요. 지식이 아니라, 나를 불안하게 하고 쉽게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쓰라는 요구처럼 느껴졌습니다.

유명 각본가들의 고백을 읽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습니다. 구조는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라는 말. 이야기에 충분히 빠져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구조라는 설명을 보면서, 예전에 무언가를 쓰다가 먼저 틀부터 짜려다 금세 막혀버렸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제가 게을러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어쩌면 너무 안전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작가를 낭만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할리우드가 얼마나 냉정한 곳인지, 얼마나 많은 좌절과 탈락이 반복되는지도 숨기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끝이 냉소로 흐르지 않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 폴 기오는 결국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어요.  결과가 아니라, 매일 아무것도 안 풀리는 순간까지 포함해서 글쓰기를 감당할 수 있느냐고. 그 질문이 창작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삶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글쓰기든 뭐든 조금 덜 안전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답에 맞추기보다, 나를 조금 더 드러내는 쪽으로요. '킬 더 도그'는 기술을 가르쳐주기보다는,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은지 다시 묻게 만드는 책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가끔, 키보드 앞에 앉아 아무것도 안 써질 때 이 책의 말들이 슬쩍 떠오릅니다. 너무 안전하게만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나 자신에게 한번쯤 물어보게 만드는 식으로요. 그럼에도 지금... 너무 안전하게만 쓰고 있는거 같네요. ^^;;;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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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퍼맨의 열 번째 실수 I LOVE 스토리
제니퍼 촐덴코 지음, 김예원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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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똥퍼맨의 열 번째 실수'를 집었을 때는, 솔직히 제목부터 좀 웃겼습니다. ^^ 똥퍼맨이라니... 어린이 책 코너에서 가볍게 웃고 지나칠 법한 제목이잖아요. ^^ 그래서 큰 마음의 준비 없이 펼쳤는데, 몇 장 넘기지 않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웃기긴 한데... 웃기기만 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읽는 동안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웃음도, 슬픔도 아닌 묘한 미안함이었어요.

읽다 보니 자꾸 멈칫하게 됐습니다. 이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책임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꽤 자주 봐왔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고요. 주인공 행크 후퍼맨은 열한 살입니다. 세 살짜리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 주고, 잠들 때까지 손을 잡아 주는 오빠. 동생에게는 '똥퍼맨'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행크는 슈퍼히어로에 더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 역할을 아무도 맡기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행크는 울거나 떼를 쓰기보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트에 실수를 적고, '열 번째 실수'만은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모습은 귀엽다기보다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아이가 아이답게 실수할 여유가 없다는 게 이렇게 느껴질 줄은 몰랐어요.

이 책이 더 오래 남는 이유는,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의 부재를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행크는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합니다.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자기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 엄마"라는 말로 모든 감정을 정리하려 듭니다.  이 마음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어른인 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행크는 혼자서 꾹 눌러 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특별한 사건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을 이야기 같아서 더 그랬습니다.

행크의 상상력은 이 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줌 청소기, 실수 경보 장치, 완벽한 엄마 도로시 딩글 같은 상상들은 분명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아이가 얼마나 많은 걸 혼자서 정리하려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른이 대신 해결해 줘야 할 문제를, 아이가 상상으로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또렷해집니다. 그래서 웃다가도 자꾸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이 책의 유머는 가볍기보다는 조금 쓸쓸합니다.

이야기 중반에 등장하는 '레이' 아저씨는 행크뿐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숨을 고를 틈을 줍니다. 실수는 피해야 할 목록이 아니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해주는 어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 이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 책이 단순히 불행을 나열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슈퍼 어른이 아니라, 최소한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어른이라는 사실도요.

책을 덮고 나서 '가족'이나 '집'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습니다. 함께 산다는 게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책임을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너무 많은 몫을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특히 아이에게 "네가 잘해야 돼"라는 말을 얼마나 쉽게 해왔는지도요.

읽는 내내 행크를 응원하면서도, 자꾸 그에게 미안해졌던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아이가 의젓해 보일 때 안도하면서, 그 의젓함이 어떤 무게에서 나왔는지는 잘 보지 않으니까요. '똥퍼맨의 열 번째 실수'는 그 사실을 크게 말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일상과 실수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 스스로 알아차리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속에서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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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설계도 - 월급으로 부의 배수를 높이는 투자 시스템
이은경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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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부의 설계도'를 집었을 때는, 솔직히 말하면 또 하나의 재테크 책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자 되는 법, 투자 전략,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겠지 싶었고요. 요즘 워낙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많다 보니, 큰 기대 없이 펼쳤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몇 장 읽다 보니, 생각보다 방향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돈을 불리는 기술보다는, 돈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시 묻고 있었거든요.

이 책은 크게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 '기초 설계 _ 가난과 부를 가르는 결정적 생각 차이', Part 2 '토대 공사 _ 지출 구조를 재설계해서 투자금 만들기', Part 3 '시공 단계 _ 초보도 가능한 소액 자동투자 시스템', Part 4 '완공과 확장 _ 부를 지키는 인생 설계', 마지막 Part 5 '유지 보수 _ 평생 성장하는 경제 독서 로드맵 30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어요.

음... 읽다 보니 이런 질문이 계속 따라왔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항상 통장이 비어 있을까? 월급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사실 이런 생각,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잖아요. 저도 매달 월급날만 되면 "이번 달은 좀 다르게 써야지" 다짐해놓고, 한 달 지나면 또 비슷한 상태로 돌아와 있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이유를 꽤 단순하게 말합니다. 돈이 안 모이는 건 수입이 적어서가 아니라, 돈이 흘러가는 구조를 한 번도 설계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요. 읽다가 괜히 뜨끔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돈을 '관리'한다기보다 그냥 '버티면서 쓰고' 있었던 것 같아서요.

이 책에서 계속 반복되는 말은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소비 줄이겠다고, 저축 늘리겠다고 다짐하지만, 며칠 지나면 다 잊어버리잖아요. 저자 말대로 인간의 의지는 원래 그렇게 강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돈 관리에 의지를 기대는 순간 이미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 묘하게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대신 월급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자동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 계좌를 쪼개고, 먼저 저축과 투자를 해두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방식. 말로 들으면 너무 당연한데, 막상 제 삶에 대입해보니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특히 좋았던 건, 저자가 자신을 대단한 투자자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은경 저자는 금수저도 아니고, 처음부터 큰돈을 들고 시작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월급 받는 직장인으로 시작해서, 적금 들고, 소액 투자하고, ETF랑 연금 계좌 하나씩 늘려온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소수점 주식, ETF 적립식, 1만 원 금 투자, 달러 투자 같은 것들도 다 요즘 흔히 듣는 방식들이고요. 근데 이 책은 상품 설명보다, 왜 이런 구조가 필요한지를 더 많이 이야기합니다. 뭘 사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흐름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읽다가 멈칫했던 문장은 이거였습니다. "월급이 적어서 돈이 모이지 않는 게 아니라, 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돈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는데,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웃기지만 웃기지가 않더라고요. 남으면 저축하고, 안 남으면 다음 달 기다리고. 계획 없는 소비, 목표 없는 저축, 그리고 늘 비슷한 불안. 딱 과거 제 생활 패턴이었거든요. 돈이 없어서 힘든 줄 알았는데, 사실은 돈을 다루는 언어도, 구조도 없이 그냥 흘려보냈던 건 아니었을까 다시 한번 후회(?)했습니다. ^^;;;

후반부에 나오는 '부를 지키는 인생 설계'나 '경제 독서 로드맵'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돈을 모으는 게 끝이 아니라, 돈이 삶의 중심이 아니라 삶을 지지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반복됩니다. 소비 기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도, 작은 돈을 잘 다루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는 말도, 사실 흔한 문장인데 이상하게 이번엔 다르게 들렸습니다. 앞에서 계속 구조 이야기를 듣고 나서라 그런지, 그냥 좋은 말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언처럼 느껴졌어요.

책을 덮고 나서 지금 당장 투자를 해야겠다는 조급함은 생기진 않았습니다. 대신 제 통장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어디로 얼마나 흘러가고 있는지, 나는 어떤 구조 안에서 돈을 쓰고 있는지. '부의 설계도'는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돈이 새지 않게 삶을 다시 설계해보라고 말하는 책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읽고 난 뒤에도 "이걸로 인생이 바뀐다"는 확신보다는, "적어도 이제는 흐름부터 다시 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돈을 더 벌기 전에, 돈과 살아가는 방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감각... 그게 이 책이 제일 크게 남긴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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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 - 1969-2025: 혁신을 이끈 41명의 경제학자들
김나영 지음 / 가나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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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을 펼쳤을 때는, 솔직히 약간 긴장했습니다. ^^;;; 노벨 경제학상이라는 말만 봐도 수식이랑 그래프가 먼저 떠오르니까요. 괜히 머리 아파질까 봐 커피부터 한 모금 마시고 읽기 시작했는데, 몇 장 지나지 않아 그런 걱정이 좀 무색해졌습니다.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사람 이야기 쪽에 더 가까웠거든요. ^^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일상 속 궁금증을 해결한 경제학자들'로 시작해서, 2장 '부자가 되는 법을 찾은 경제학자들', 3장 '평등한 사회를 연구한 경제학자들', 4장 '세상을 이롭게 만든 경제학자들', 5장 '경제 성장을 이끈 경제학자들',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 '국가의 역할을 제시한 경제학자들'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음... 책에서는 익숙한 장면들이 자주 제시되는데요. 불법 주차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상황, 무료 체험에 끌려 결국 유료 구독을 계속하는 사람, 회사에서 언제든 대기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풍경... 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이라, "이게 경제학 이야기라고?" 싶은 순간이 자주 왔습니다. 그런데 그 평범한 선택들 뒤에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괜히 제 일상도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특히 제일 앞에 소개된, 게리 베커 이야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주차 단속에 걸릴 확률과 과태료를 저울질해 차를 세운다는 그 일화요. 보통은 도덕적인 문제로만 생각했을 행동을, 그는 그냥 계산의 문제로 봅니다. 읽으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계산을 얼마나 자주 하고 있는지 떠올랐거든요. 조금 비싼 보험에 드는 것도, 손해 본 주식을 끝내 못 파는 것도, 다 감정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꽤 계산적인 선택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카너먼의 '손실 회피' 이야기를 읽을 때는 묘하게 찔렸습니다. 우리는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이미 손해를 본 건 더 놓기 어렵고, 무료로 쓰던 건 돈을 내면서까지 붙잡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약점을 혼내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이상하게 위로받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나만 유난히 약한 게 아니라, 다들 비슷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요. ^^;;;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를 읽을 때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의 능력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보상 구조'가 격차를 만든다는 설명이었는데, 갑자기 회사 생활이 떠올랐습니다. 언제든 야근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호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구조... 그 안에서 누군가는 애초에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말이, 그냥 통계가 아니라 꽤 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경제학이 돈 이야기라기보다 사람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이든, 인플레이션이든,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선택하고, 어떤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묻는 질문이더라고요. 숫자와 그래프로 설명되던 것들이, 이 책 안에서는 아주 일상적인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뉴스에서 나오는 정책이나 시장 이야기가 예전과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물가가 왜 오르는지, 격차가 왜 쉽게 줄지 않는지, 혁신적인 조직이 왜 특정 환경에서만 생기는지 같은 것들이, 막연한 담론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과 제도의 결과처럼 느껴졌습니다.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은 경제학을 이해시키려 하기보다는, 세상을 조금 다른 각도로 보게 만드는 책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순간에도,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선택들을 떠올리며 "아, 이것도 경제학이었구나" 하고 혼잣말하게 되는 저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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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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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관성 끊기'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아, 나는 문제를 너무 오래 설명만 하고 있었구나." 좀 뜨끔했습니다. 우울이나 관계 갈등, 반복되는 실패 같은 걸 마주할 때마다, 저는 늘 이유부터 찾았거든요. 왜 이렇게 됐는지, 어린 시절 때문인지, 성격 탓인지, 환경이 문제인지, 그런 분석이 곧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래서 일기에도, 메모에도, 머릿속에도 항상 원인 분석만 가득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상하게, 그렇게 많이 이해했는데도 삶은 별로 안 바뀌더라고요. ^^;;;

이 책은 3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1장 '과도한 분석이 부른 무기력증'이라는 주제로 시작해서 1부 '문제 대응 방식 바꾸기'라는 타이틀 아래, 2장 '엉망인 채로 제자리걸음 중이라면, 3장 '해결 지향적으로 행동하기'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2부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바꾸기'라는 타이틀 아래, 4장 '인정과 가능성', 5장 '관심 대상 넓히기', 6장 '꿈꾸지 않으면서 어떻게 꿈을 실현할 것인가', 7장 '인생 이야기 다시 쓰기', 8장 '자신 넘어서기'라는 주제를 다루고, 마지막 3부에서는 '해결 지향적 접근법 구체적으로 적용하기'라는 타이틀로, 9장 '어느 신데렐라의 동반의존증', 10장 '이걸 하는 동안 대화해도 될까', 11장 '과거의 유령 몰아내기', 12장 '넘어졌다면 적어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로 마무리합니다.

읽다 멈추고 생각했던 시간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해는 충분히 했는데... 그래서 뭐가 달라졌지?' 이 책은 딱 그 지점을 찌릅니다. 저자 빌 오한론이 말하는 해결 지향 접근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과거를 깊이 파기보다, 지금 이 순간 바꿀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 하나부터 바꿔보라는 거죠.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문제의 패턴을 보라는 말이 특히 남았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늘 같은 반응을 하고,  늘 비슷한 결과를 얻고 있다면, 그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그냥 습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읽으면서 괜히 제 일상이 떠올랐습니다. 불만은 많은데, 행동은 거의 안 바뀌었던 순간들을 말이죠.

책에 나오는 사례들도 과장되지 않아서 더 와닿았습니다. 체중 조절이 안 된다는 사람에게 "그럼 왜 150kg까지는 안 갔나요?"라고 묻는 장면이나, 관계 갈등에서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내가 요청하는 행동 하나를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는 조언 같은 것들. 공통적으로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은 이미 통제력을 조금은 가지고 있는데, 그냥 그걸 안 쓰고 있을 뿐이라고.

이 책이 기존 자기계발서랑 좀 다르게 느껴졌던 건, 위로나 공감보다 행동을 더 앞에 두기 때문이었습니다. "힘들었겠다"보다는 "그럼 다음엔 뭘 다르게 해볼까?"에 더 가까운 태도랄까요.  처음엔 솔직히 조금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감정도 충분히 복잡한데, 너무 바로 행동 얘기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근데 읽다 보니 오히려 그래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지금 당장 실험해볼 수 있는 선택지를 하나 던져주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오래 남은 문장은 이거였습니다. "나는 수줍은 사람이 아니라, 수줍어하는 법을 배운 사람일 뿐이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제 안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들이 사실은 다 학습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격이라고 믿었던 것들 중에, 그냥 오래 반복해서 굳어진 습관도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다면, 배운 거라면 다시 배울 수도 있겠죠. 조금 다르게...

앞으로 저는 문제를 덜 분석해보려 합니다. ^^;;; 대신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를 바꿔보는 시도를 조금씩 하려구요. 음... 완전히 달라질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인생이 자동 모드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에서는 조금 벗어나 보려합니다. '관성 끊기'는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책이라기보다는, 삶에 개입할 수 있다는 감각을 다시 돌려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음... 최근 무언가 막힐 때, 이유부터 찾기보다 이런 질문이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지금 이 상황에서, 딱 하나만 다르게 해볼 수 있다면... 뭘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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