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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퍼맨의 열 번째 실수 ㅣ I LOVE 스토리
제니퍼 촐덴코 지음, 김예원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0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처음 '똥퍼맨의 열 번째 실수'를 집었을 때는, 솔직히 제목부터 좀 웃겼습니다. ^^ 똥퍼맨이라니... 어린이 책 코너에서 가볍게 웃고 지나칠 법한 제목이잖아요. ^^ 그래서 큰 마음의 준비 없이 펼쳤는데, 몇 장 넘기지 않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웃기긴 한데... 웃기기만 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읽는 동안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웃음도, 슬픔도 아닌 묘한 미안함이었어요.
읽다 보니 자꾸 멈칫하게 됐습니다. 이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책임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꽤 자주 봐왔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고요. 주인공 행크 후퍼맨은 열한 살입니다. 세 살짜리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 주고, 잠들 때까지 손을 잡아 주는 오빠. 동생에게는 '똥퍼맨'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행크는 슈퍼히어로에 더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 역할을 아무도 맡기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행크는 울거나 떼를 쓰기보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트에 실수를 적고, '열 번째 실수'만은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모습은 귀엽다기보다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아이가 아이답게 실수할 여유가 없다는 게 이렇게 느껴질 줄은 몰랐어요.
이 책이 더 오래 남는 이유는,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의 부재를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행크는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합니다.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자기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 엄마"라는 말로 모든 감정을 정리하려 듭니다. 이 마음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어른인 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행크는 혼자서 꾹 눌러 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특별한 사건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을 이야기 같아서 더 그랬습니다.
행크의 상상력은 이 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줌 청소기, 실수 경보 장치, 완벽한 엄마 도로시 딩글 같은 상상들은 분명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아이가 얼마나 많은 걸 혼자서 정리하려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른이 대신 해결해 줘야 할 문제를, 아이가 상상으로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또렷해집니다. 그래서 웃다가도 자꾸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이 책의 유머는 가볍기보다는 조금 쓸쓸합니다.
이야기 중반에 등장하는 '레이' 아저씨는 행크뿐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숨을 고를 틈을 줍니다. 실수는 피해야 할 목록이 아니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말해주는 어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 이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 책이 단순히 불행을 나열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슈퍼 어른이 아니라, 최소한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어른이라는 사실도요.
책을 덮고 나서 '가족'이나 '집'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습니다. 함께 산다는 게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책임을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너무 많은 몫을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특히 아이에게 "네가 잘해야 돼"라는 말을 얼마나 쉽게 해왔는지도요.
읽는 내내 행크를 응원하면서도, 자꾸 그에게 미안해졌던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아이가 의젓해 보일 때 안도하면서, 그 의젓함이 어떤 무게에서 나왔는지는 잘 보지 않으니까요. '똥퍼맨의 열 번째 실수'는 그 사실을 크게 말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일상과 실수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 스스로 알아차리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속에서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