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육각형의 표범 반올림 41
박용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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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인간을 뛰어넘은 지능, 실수와 오류의 가능성이 제거된 완벽한 DNA,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는 영원불멸의 삶' 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취하고 완벽하게 행복할 수 있을까?

"불완전하고 뒤틀린 인간의 육체들이 어기적어기적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저 행진은 멈출 수 없다. 거역할 수도 없어. 인간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은 오직 과정뿐이라네. 우리 뒤로 지나간 영원과 우리 앞에 다가올 영원, 그 틈에서 번쩍, 우리는 찰나의 빛이라네. 하지만 저기 그 찰나의 빛이 영원의 우주를 비추는 게 보이지 않는가. 인간은 그런 존재라네."
P.71

"아주 작은 원을 그리며 맴도는 사뿐한 듯 힘차고 부드러운 발걸음, 하나의 커다란 의지가 마비된 중심을 따라 도는 힘의 춤과도 같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표범> 중, P.117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 생활와 삶, 그 미묘하면서 거대한 차이를 만든다. 아주 오래 전, 매머드의 상아로 사자상을 만들고, 전쟁과 살육의 시대에도 창작혼을 불사르는 사람들이 있다. 글, 문학, 책은 인간의 정신, 상상, 철학 등을 담아낸다. 그렇게 인간은 찰나의 순간을 살면서 빛을 남기고, 그 빛으로 찰나의 순간은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영원처럼.

"낡고 좀이 쏠아 검버섯처럼 얼룩덜룩하지만 종이는 고스란히 시간을 간직하고 있었다. 책은 시간을 먹고 자랐다. 그것은 철저하게 종이에 배어 있었다. 디지털북은 시간의 냄새가 없다.
...
디지털은 세상의 시간을 없앴다. 시간만이 변화를 증언한다. 언제 다시 불러도 디지털은 변화가 없다.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종이는 시간의 풍상 속에서 스스로 글의 일부가 되었다."
P.72

"우주(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이라고 부르는)는 정할 수 없는 무한한 육각형 진열실로 이루어져 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중, P.44

요즘 머릿속을 맴돌고, 우연처럼 인연처럼 와닿는 글귀들이 모두 같은 말을 한다. '너 그대로 존재하라, 너의 이야기로 존재하라.' 내가 타인과 다르고, 인간이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코나투스:
스피노자는 인간을 신체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정신적 측면에서 드러나는 코나투스는 지성 혹은 이성을 가능한 완성하여 더 나은 인식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고 바른 방식으로 자기보존의 노력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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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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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베어 에서 만난 인간과 동물의 우정과 사랑이 아릿하다. 낯선 세계의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교감하고, 진심을 다해 소통하는 모습에 마음에 진동이 일었다. 거대한 우주 속 먼지처럼 작디 작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은 생명공동체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면 우리에게는 식물, 동물을 포함한 자연을 지키고 보호해야할 권리와 의무도 있는 것이 아닌가.

#에이프릴 은 찬란한 생명이 충만한 계절을 품은 달처럼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지녔다. 주인공은 북극곰이 사라졌다는 베어 아일랜드에서 운명처럼 마지막 북극곰을 만난다. 그와 교감하며 슬픔과 아픔을 나누고, 어린 아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어려움을 무릅쓴다. 그리고 마침내 북극곰, 마땅히 누려야하는 그들의 세계, 삶의 터전을 선물한다.

역자는 '되돌려준다' , '찾아준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미 인간들에게 훼손된 자연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작고 왜소한 열살 남짓의 여자아이는 목숨을 걸고 얼음처럼 차갑고 칼처럼 날선 폭풍우에 맞서 북극곰이 살 수 있는 곳을 향했다. 현재의 문제와 현상을 연구만 하는 아빠, 현재의 생계만 중시하는 선장, 안락한 행복을 바라는 할머니, 그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가 살고있는 현실, 살아갈 세상을 바라보고 함께 행동하는 어른은 없었다. 에이프릴과 곰이 탄 작은 배가 거친 북극 바다로 나아갈 때, 미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라스트베어 가 인간과 교감하는 마지막 동물이 아니기를 바란다. 에이프릴이 동물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지막 인간이 아니기를 바란다. 북극곰에게 인간의 기준으로 이름을 짓지않겠다는 마음, 그 존재 자체와 그들의 세계를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비스켓을 먹는 곰, 서로 마주보며 표효하는 곰과 에이프릴, 둘이 하나가 되어 질주하는 모습, 땅에 엎드려 지구의 소리를 듣는 두 생명체, 집어삼킬 것 같은 거대한 바다에 표류하는 작은 배, 그리고 헤어지며 사랑을 전하는 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흑백의 삽화가 이렇게 생동감있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만개하던 벚꽃이 지고 푸른 색이 가득차는 봄, 꿀벌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구에 인간과 함께 사는 생명들이 다채로운 색깔로 존재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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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좀 주워 주세요 - 2022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3 읽어주기 좋은 책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84
차야다 지음 / 북극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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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어.

작품 속에서 내 모습이 보이고, 알면서 모르는 척 그러나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문제를 만났고, 유머와 발랄함 그리고 감동의 급반전이 마음을 움직였다.

'토끼와 거북이'의 2022년 버전이랄까.
경쟁모드를 벗어난 둘의 이야기가 신선하다.(티내지 않는 배려 혹은 도움, 결국은 공생인가)

천진난만 공놀이 좋아하는 어린 토끼, 청력도 좋지 않은데다 거동도 편치않은 할아버지 거북이,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동물은 작가가 배치한 캐릭터와 찰떡이다. 유머있고 재밌는 이야기 흐름과 따뜻한 감성의 마무리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 친근하다.(예측할 수 없는 공의 움직임이 속도감있게 느껴졌다)

어린 토끼는 공놀이를 하다 아끼는 공을 계단 아래로 떨어뜨린다. 지나가는 동물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소용이 없다. 하는 수 없이 계단을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는데...(핡! 여기서 내 모습 발견;)
도착해보니 공이 없다. 같은 시각 할아버지 거북이가 겨우 계단 위에 도착하고, 토끼는 공을 찾는다. 그런데, 할아버지 거북이의 모자가 저 아래 계단에!!! 과연 할아버지의 모자는 누가 찾아줄까?

일상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나의 심리를 그대로 만나는 그림책이었다. 큭큭큭!으로 시작해 아....!로 마무리되는 센스있는 그림책, 마음에 든다.

6세 딸은 집게 손가락으로 공의 움직임 따라가기 삼매경이었다. 결말 부분에 토끼가 공을 찾게된 데 격하게 공감해주고, 거북이 할아버지를 쓰다듬으며 감사의 한마디를 남겼다. "거북이 할아버지, 잘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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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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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긴장감이 서서히 감돌더니 파바박!

아이코! 깜짝이야;;

영상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묘사된 초반부를 읽으며 어린이들은 쫄깃한 심장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할 것이다.

이제껏 서평단을 신청하며 가제본에 불만을 가져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오히려 특별한 느낌이라 좋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예외다.
글에서 영상매체를 맞먹는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오승민 작가님의 그림을 흑백의 표지 한 장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건 고문이다.(서평단 신청 절반의 이유였는데...)

표지에서 느껴지는 귀여운 듯 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표정, 악동인듯 하지만 맑은 영혼을 가진 반인반수, 앙다물 입밖으로 삐져나온 송곳니,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외모에 매서운 눈빛, 줄무늬 몸체와 꼬리, 그리고 맹수의 발톱.

표지에서 주인공 #루호 의 캐릭터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생겨도 호락호락하지 않겠군.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호기심이 발동한다.

숨바꼭질, 변신술, 호랑이, 사냥꾼, 복수, 내가 원하는 것, 선택, 용기, 우정, 가족, 존중, 함께 살아가는 삶

고작이라 생각들하는 동화에 이 많은 단어가 틈틈이 녹아있어 생각해볼 거리를 만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단어와 문장의 배열, 스토리로 이런 감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어린이문학의 매력 중 하나다.

저자는 금강산 호랑이 이야기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스치듯 본 조용하고 외로워보이는 어린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저마다의 영혼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실체의 변신 모습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자기 의지와 선택에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6살 딸에게 옛이야기 삼아 잠자기 전에 작품의 초반부를 읽어주었다.
"이름이 루호네? (간단한 한글을 읽을 수 있다. 표지를 진지하게 보더니) 아~ 루비같은 보석처럼 찾기 힘든 보물같은 호랑이라는 뜻인가보네!"
그...그런가? 큰 줄기의 맥락이 맞아떨어진다. 아이의 직감은 예리하다.

'검은 호랑이의 해'에 맞춤형 스토리처럼 만난 #루호 는 옛이야기에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루호의 절친 토끼와 까마귀는 어떤 캐릭터의 인간으로 변신하는지(토끼와 까마귀의 의미), 모티프가 된 금강산 호랑이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욱 재밌을 것이다.

오랜만에 자기 전에 듣는 호랑이 이야기는 제법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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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악마 반올림 54
박용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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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lace’s demon
: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 (1749년 3월 23일~1827년 3월 5일), '현재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그것을 통해 미래를 유추하는 존재'이다. 만약 이 누군가가 전 우주의 모든 원자들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다면 고전 역학의 법칙들로 그 원자들의 그 어떤 과거나 미래의 물리 값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책을 읽다 보면 종종 놀라운 우연을 체험하게 된다. 연초에는 ‘엄마와 삶’이라는 주제가, 요즘은 ‘SF와 판타지 장르, 어린이와 어른, 개인과 사회’라는 주제가 그렇다.

#라플라스의악마 는 청소년이 주요 독자층인 성장소설이지만, 과학적 세계관과 철학적 가치관이 융합된 SF소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상상에 머물던 가상현실이 실생활에 급속도로 구현되면서 가중되는 변화와 혼란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인간의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저자의 성찰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존재와 사회 구조, 삶과 가치에 던지는 물음표와 급변하는 세상과 돈으로 점철되는 미래는 진지하게 들여다 봐야할 필요가 있다. 비단 청소년들 뿐만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구나 해당한다.

표지는 초록과 파랑의 색감에 산뜻한 호감을 일으키지만 그래픽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암호 같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보이는 구체적인 이미지들이 다시금 스토리를 상기시킨다. 드론은 주인공 시아가 해태, 마두와 인연을 맺는 매개이자, 궁극연구소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알약처럼 보이는 하얀 캡슐은 실직자들이 임상연구를 받고 혜택으로 누리는 타임캡슐 같기도, 궁극연구소에서 뛰어난(선택된) 아이들이 의무를 수행하는 공간 같기도 하다. 거대한 산으로 착각했던 언덕은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슈퍼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하는 아이들 같다.

붉은 색으로 쓰인 제목 ‘라플라스의 악마’를 중심으로 태양 또는 불길의 형상에 빨간 두 개의 눈이 정면을 향한다. ‘도움과 편리’라는 명목하에 인간의 행동을 감시하는 인공지능, 세상을 제어하는 수퍼 컴퓨터와 알고리즘, 그 뒤에서 이를 조종하는 경제적 이득을 최우선으로 하는 과학자, 기업인, 정치인들(어른)이 아닐까.

중앙에 우뚝 선 거대한 건물 아래쪽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 있고, 맞은 편에 또 다른 이가 서 있다. 궁극연구소에 남기로 결정한 유리와 생생한 삶을 찾아 밖으로 나온 시아의 모습 같다.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닌 또 다른 이름의 궁극연구소,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열린 결말이 끊임없이 생각을 부추긴다.

작품에서 ‘세상의 원리’를 쫓는 주인공 시아의 이름은 우시아(ousia)에서 탄생했다. ‘모든 존재자들을 존재하게 해 주는 근거로서의 초월적 실체’, ‘본질적 모습이 각각 개별자에 내재화된 구체적 실체라는 의미’라고 한다. 작품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세상의 원리, 궁극의 원리, 궁리연구소, 우주만물의 법칙은 결국 주인공을 따라 서사를 쫓아가는 독자가 곱씹게 되는 주제이다.(과연 유동적린 삶에,하나의 원리나 법칙이 존재할 수 있을까?)특별한 재능이 있지만 쉽게 깨지고 부서질 것 같이 위태로운 인물 ‘유리’, 질주하던 인물과 사건에 철학적인 질문과 대답으로 쉼표를 찍어주는 ‘마두’, 보다 현실적이고 옳고 그름에 민감한 ‘해태’는 이야기를 풍성하고 의미있게 이끈다.

작품에서 ‘아이작 뉴턴’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선발에 서고, 구체적인 인물과 본격적인 사건이 후발에 등장한다. 과학자와 이론에 관한 낯선 이야기를 담담하게 읽고 난 뒤 만나는 스토리는 더욱 풍부해지고 다시 앞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라플라스의악마 는 SF 장르치고는 시간적 거리감이 멀지 않았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이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익숙해진 가상현실, 과학기술의 상용화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범위로 폭넓고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상에 휩쓸려 길을 잃지 않도록 자주 들여다 보며 공고히 해야 할 것들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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