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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시작부터 긴장감이 서서히 감돌더니 파바박!
아이코! 깜짝이야;;
영상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묘사된 초반부를 읽으며 어린이들은 쫄깃한 심장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할 것이다.
이제껏 서평단을 신청하며 가제본에 불만을 가져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오히려 특별한 느낌이라 좋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예외다.
글에서 영상매체를 맞먹는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오승민 작가님의 그림을 흑백의 표지 한 장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건 고문이다.(서평단 신청 절반의 이유였는데...)
표지에서 느껴지는 귀여운 듯 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표정, 악동인듯 하지만 맑은 영혼을 가진 반인반수, 앙다물 입밖으로 삐져나온 송곳니,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외모에 매서운 눈빛, 줄무늬 몸체와 꼬리, 그리고 맹수의 발톱.
표지에서 주인공 #루호 의 캐릭터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생겨도 호락호락하지 않겠군.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호기심이 발동한다.
숨바꼭질, 변신술, 호랑이, 사냥꾼, 복수, 내가 원하는 것, 선택, 용기, 우정, 가족, 존중, 함께 살아가는 삶
고작이라 생각들하는 동화에 이 많은 단어가 틈틈이 녹아있어 생각해볼 거리를 만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단어와 문장의 배열, 스토리로 이런 감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어린이문학의 매력 중 하나다.
저자는 금강산 호랑이 이야기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스치듯 본 조용하고 외로워보이는 어린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저마다의 영혼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실체의 변신 모습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자기 의지와 선택에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6살 딸에게 옛이야기 삼아 잠자기 전에 작품의 초반부를 읽어주었다.
"이름이 루호네? (간단한 한글을 읽을 수 있다. 표지를 진지하게 보더니) 아~ 루비같은 보석처럼 찾기 힘든 보물같은 호랑이라는 뜻인가보네!"
그...그런가? 큰 줄기의 맥락이 맞아떨어진다. 아이의 직감은 예리하다.
'검은 호랑이의 해'에 맞춤형 스토리처럼 만난 #루호 는 옛이야기에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루호의 절친 토끼와 까마귀는 어떤 캐릭터의 인간으로 변신하는지(토끼와 까마귀의 의미), 모티프가 된 금강산 호랑이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욱 재밌을 것이다.
오랜만에 자기 전에 듣는 호랑이 이야기는 제법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위 도서는 창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