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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악마 ㅣ 반올림 54
박용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4월
평점 :
Laplace’s demon
: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 (1749년 3월 23일~1827년 3월 5일), '현재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그것을 통해 미래를 유추하는 존재'이다. 만약 이 누군가가 전 우주의 모든 원자들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다면 고전 역학의 법칙들로 그 원자들의 그 어떤 과거나 미래의 물리 값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책을 읽다 보면 종종 놀라운 우연을 체험하게 된다. 연초에는 ‘엄마와 삶’이라는 주제가, 요즘은 ‘SF와 판타지 장르, 어린이와 어른, 개인과 사회’라는 주제가 그렇다.
#라플라스의악마 는 청소년이 주요 독자층인 성장소설이지만, 과학적 세계관과 철학적 가치관이 융합된 SF소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상상에 머물던 가상현실이 실생활에 급속도로 구현되면서 가중되는 변화와 혼란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인간의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저자의 성찰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존재와 사회 구조, 삶과 가치에 던지는 물음표와 급변하는 세상과 돈으로 점철되는 미래는 진지하게 들여다 봐야할 필요가 있다. 비단 청소년들 뿐만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구나 해당한다.
표지는 초록과 파랑의 색감에 산뜻한 호감을 일으키지만 그래픽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암호 같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보이는 구체적인 이미지들이 다시금 스토리를 상기시킨다. 드론은 주인공 시아가 해태, 마두와 인연을 맺는 매개이자, 궁극연구소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알약처럼 보이는 하얀 캡슐은 실직자들이 임상연구를 받고 혜택으로 누리는 타임캡슐 같기도, 궁극연구소에서 뛰어난(선택된) 아이들이 의무를 수행하는 공간 같기도 하다. 거대한 산으로 착각했던 언덕은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슈퍼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하는 아이들 같다.
붉은 색으로 쓰인 제목 ‘라플라스의 악마’를 중심으로 태양 또는 불길의 형상에 빨간 두 개의 눈이 정면을 향한다. ‘도움과 편리’라는 명목하에 인간의 행동을 감시하는 인공지능, 세상을 제어하는 수퍼 컴퓨터와 알고리즘, 그 뒤에서 이를 조종하는 경제적 이득을 최우선으로 하는 과학자, 기업인, 정치인들(어른)이 아닐까.
중앙에 우뚝 선 거대한 건물 아래쪽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 있고, 맞은 편에 또 다른 이가 서 있다. 궁극연구소에 남기로 결정한 유리와 생생한 삶을 찾아 밖으로 나온 시아의 모습 같다.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닌 또 다른 이름의 궁극연구소,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열린 결말이 끊임없이 생각을 부추긴다.
작품에서 ‘세상의 원리’를 쫓는 주인공 시아의 이름은 우시아(ousia)에서 탄생했다. ‘모든 존재자들을 존재하게 해 주는 근거로서의 초월적 실체’, ‘본질적 모습이 각각 개별자에 내재화된 구체적 실체라는 의미’라고 한다. 작품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세상의 원리, 궁극의 원리, 궁리연구소, 우주만물의 법칙은 결국 주인공을 따라 서사를 쫓아가는 독자가 곱씹게 되는 주제이다.(과연 유동적린 삶에,하나의 원리나 법칙이 존재할 수 있을까?)특별한 재능이 있지만 쉽게 깨지고 부서질 것 같이 위태로운 인물 ‘유리’, 질주하던 인물과 사건에 철학적인 질문과 대답으로 쉼표를 찍어주는 ‘마두’, 보다 현실적이고 옳고 그름에 민감한 ‘해태’는 이야기를 풍성하고 의미있게 이끈다.
작품에서 ‘아이작 뉴턴’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선발에 서고, 구체적인 인물과 본격적인 사건이 후발에 등장한다. 과학자와 이론에 관한 낯선 이야기를 담담하게 읽고 난 뒤 만나는 스토리는 더욱 풍부해지고 다시 앞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라플라스의악마 는 SF 장르치고는 시간적 거리감이 멀지 않았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이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익숙해진 가상현실, 과학기술의 상용화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범위로 폭넓고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상에 휩쓸려 길을 잃지 않도록 자주 들여다 보며 공고히 해야 할 것들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 위 도서는 바람의아이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