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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휘명 지음 / 히읏 / 2022년 2월
평점 :
커플폰을 사용해서 주고 받은 메시지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에 든다. 이젠 문자 메시지도 긴 내용의 글도 보기 드물다. 단타로 끝나는 삭막함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응'이란 답도 사라지고 있다. ㅇ으로 대신하고 있으니 아쉽다. 서로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달랐던 이들의 사랑 그 시작과 끝에 대한 기록들이다.
언젠가는 함께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 만든 여권에서 안씨 성인 앤과(A)장씨 성인(Z)너무도 긴 간격이 있듯이 서로 같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두 사람.
안성하(A)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 고무에 공기를 채운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작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고 청소년기를 거치며 완성된 그런 모난 성격은 사람들이 주변에 접근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장효빈(Z) 가풍 자체가 차분한 집안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나, 고고한 분위기에서 자라 도련님의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사람좋음'이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떤 표정과 말을 건네야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잘 알고 있는, 그런 나이스한 사람.
'전혀 다른 종의 실험용 쥐를 한 방에 넣어두면 그 쥐들은 서로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한 실험'의 대상자가 된 것처럼 그리고 우리는 완벽하게 처음 보는 서로에게 '어떤 실험의 결과'처럼 강렬히 서로를 원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시작했고, 완벽히 다른 서로를 즐겁게 탐했다. 나는 너의 이런 점이 신기해, 나도 당신의 그런 점이 그런 점이 몹시 흥미로워. 비록, 서로의 영 반갑지만은 않은 다른 점이 있어도 우리는 사랑으로 그것을 포장할 수 있었다. 그만큼이나 그때의 우리는 서로를 원했다. 아마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생각됐을 정도로.
이별을 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의미에서 A와Z 그리고 Z과A 가장 멀면서도 가장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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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라거나 전산 자료 같은 것들, 그런 기록들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조금 이상해졌나 봐. 어떤 기록들이 계속 날아가 버릴까 겁이 나. 주로 너와 연관된 기록들. P129
우리는 하루가 마무리 될 때쯤이면 세상에서 가당 먼 사이가 되고, 서로를 바쁘게 그리워하고, 깊숙이 보고 싶어 한다고 습관처럼 말했지.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아끼고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마찰도 많았고 말이야.P245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준다는 것, 또 인정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커다란 선물이었다.P265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