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위안 (초판 겨울 한정판)
서민재 지음 / 한평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라는위안
@서민재
@백도서관
#한평서재
#서평

봄이 오고 있지만 내 마음은 시베리아 벌판에 벌거숭이로 서 있는 기분이다.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울컥하다. 코로나로 인해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젠 의지할 울타리가 사라지고 없다. 미워도 했지만 엄마의 딸이란 이름으로도 그저 위안이 되었는데 이젠 모든 불씨가 사라졌다. 아 이젠 그리움만 남고 말았다. 더 책에서 위로 받으며 살아야지 하는 마음에 아프다.

밥을 먹는데도
밥이 그립다.

집에 있는데도
집이 그립다.

엄마가 그립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그리운 것이 너무도 많다.수도도 없어 물을 길러 먹어야 했고 , 겨울이면 강가에 가서 빨래를 해서 이고 와야 했고 그 빨래는 동태가 되고, 화롯가에 앉아 팥죽도 데워 먹던 그 겨울 달밤에 추운 줄도 모르고 얼음판을 뒹글고 비료포대로 비탈길에서 썰매를 타던 그 겨울을 그리워 하고 있다.

그 시절에는 어리광을 피울 수도 있었고 엄마도 아버지도 계셨기에 그 겨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커피 한 잔 못 마시는 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새어 나오는 커피 향기에 취해 향기로 위안 삼는다.

보통의 삶이 어렵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소중하고 귀함을 알고 오늘 하루 무사함에 감사하며 그래 잘 살고 있네 하며 위안을 스스로 삼아가고 있다.

잡초를 결정하는 건 인간이다.
인간에 의해 잡초와
잡초가 아닌 것으로 나뉜다.
사실 모든 풀과 꽃은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한다.
나와 당신이
존재 그 자체로
이미 빛나고 있는 것처럼


내가 바라는 건 아마도
적당히 땀 흘리며 사는 삶이다.
땡볕을 피할 수 있는 지혜와,
자신을 알고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는 여유와 함께.
아침에 흘린 땀이 싫지 않다.
말라버린 땀방울이 또 하루를 살게 한다.
아직은 일해야 할 때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햇살

햇살을 받는 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그저 밖으로 향하면 된다. 아무 데나 앉아 멍하니 햇살을 맞으면 된다. 따뜻한 검은 커피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안락한 의자여도 좋고 공원 밴치여도 좋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햇살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를 바라볼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말이다.

오늘도 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슬픔을 말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