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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평점 :
여기 자기 계발의 아이콘이자 갓생의 대명사라 여겨지며 인쇄공으로 시작해서 과학자, 사회 활동가, 외교관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겸직한 인물이 있다. 그는 비록 명망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여러 경험과 대담한 행동에서 비롯한 자수성가를 통해 미국에서는 대통령 이상으로 인지도가 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이름은 바로 ‘벤저민 프랭클린’.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인물일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100달러 지폐에 새겨질 만큼 유명하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인물에게는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특히 한 국가의 지폐에 얼굴이 새겨진 위인이라면 더더욱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다가오기도 한다. 뭔가 나와는 다른 완벽함을 가졌을 것 같고, 도덕적인 흠결도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정말 그럴까?
‘프랭클린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말한다. 프랭클린은 생각과 달리 절대 완벽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에릭 와이너의 말에 따르면, 프랭클린은 이따금 상상력과 융통성이 지나치게 부족했다. 또 지나치게 신중하기도 했고, 자민족 중심적이고 편협하기도 했다. 프랭클린 역시 여느 인간과 다르지 않게 분명한 결함과 결핍된 모습이 존재했다.
그러나 프랭클린에게는 배울 점이 있었다. 프랭클린이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개선하기 위해, 때로는 생각을 바꾸어 행동했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점이었다. 가령, 노예제가 당연하게 여겨졌던 프랭클린의 시대에서 그는 노예를 부리기도 했지만, 후에는 생각을 바꾸어 노예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굳혔다.
수많은 정보가 시시각각 쏟아지는 현대를 사는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에서 비롯된 잘못과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잘못을 인식하고 나아가 인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더욱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려는 행위는 더더욱 어렵다. 200년 전에 살았던 프랭클린이 과연 현대에서 어떠한 의의와 배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바로 프랭클린이 그 어렵다는 잘못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자 했던 삶의 방식을 가졌다는 것이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포괄적으로 본 프랭클린의 삶의 방식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 시대는 변하더라도 인간이 직면하게 되는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갈등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마주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하는 사람과의 관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걱정되는 노년기까지. 이 책은 인생의 난제에 가까운 여러 문제를 프랭클린은 어떤 식으로 풀어가며 살아냈을지를 저자와 함께 짚어가는 여정이 담겼다. 실용적이고 쓸모 있는 삶을 추구했던 프랭클린의 삶의 방식을 통해, 독자도 마찬가지로 프랭클린이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 자기 삶 또한 숙고하여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또한, 프랭클린이 살았던 보스턴, 런던, 필라델피아 등 다양한 지역을 생생하게 묘사한 저자의 문장을 읽어가다 보면, 마치 실제로 그 지역을 거니는 듯한 생동감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물리적,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프랭클린이라는 인물에 독자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저자가 깊이 신경 쓴 부분이라고 느꼈다.
프랭클린이라는 인물은 완벽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저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도 완벽하지 못하고, 아마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다. 우리는 자주 미래에 대한 불안에 빠지고, 과거의 실수를 한탄하곤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은 생에서 사를 건너는 과정 내내 완벽함을 좇으며 불완전함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러한 불완전함을 개선하여 ‘더 나은’, 무엇보다 ‘쓸모 있는’ 방향을 추구하고자 하는 프랭클린의 삶의 방식을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알아가게 된다면, 이제껏 각자가 품었던 불완전함을 딛고 조금 더 용기있게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과는 별개로 조금씩 불완전함을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내일은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격려를 주는 고마운 책, ‘프랭클린 익스프레스’. 과연 다음 익스프레스는 누구와 어디로 떠나게 될까?